방송3사가 "신속, 정확"을 내걸고 한판 승부를 벌인 제15대 대선
개표방송은 결과적으로 투표자 조사 발표에 "배팅한" MBC의 승리로
끝났다.

MBC는 18일 밤 12시까지 예측결과를 발표하지 않기로 한 방송3사간
합의를 깨고 투표가 끝난 오후 6시 갤럽의 투표자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2위간 차이가 1%로 오차한계 범위안에 있어 "틀릴수도 있다"고
강조했지만 초반 시청자들의 시선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KBS와 SBS는 방송사간 합의를 준수하는데 의미를 두는 한편 개표예측
시스템의 신속, 정확성에 무게를 뒀지만 결국 예측시스템 경쟁에서도
MBC에 한발 뒤졌다.

MBC는 18일 오후 10시40분께 예측시스템을 가동, 예상득표율과
실제득표율 등을 발표한데 비해 두 방송사는 밤 12시가 돼서야 당선
가능한 유력후보의 예측득표수와 득표율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때쯤엔 전문가가 아니라도 예측이 가능할 만큼 개표가 상당부분
진행된 뒤라 결과예측 발표는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MBC는 일찌감치 밤 12시 정각 1위를 달리는 김대중 후보에 "당선유력"이란
판단을 내렸다.

화면경쟁에선 KBS가 다소 앞섰다는 평.

특히 화면 하단에서 전국 집계현황을 보여준 "프리즘 젬"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들었다.

주유 미터기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숫자와 늘었다 줄었다 하는 가로막대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1.2위 득표상황을 생동감있게 전달했다.

그래픽도 타사에 비해 안정적이고 보기 편했다.

KBS는 또 3사중 가장 먼저 개표현황을 발표하는 등 집계에서 계속 앞섰다.

전체적인 시청률(오후 5시~밤 12시) 역시 KBS(29.3%)가 MBC(19.6%)나
SBS(4.4%)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SBS는 다른 두 방송사에 비해 화면배경을 자주 바꿔 지루함을 덜었지만
집계요원의 전산입력 실수로 1분가량 잘못된 수치가 나가는 등 오류를
범했다.

한편 이번 개표때는 일본 NHK가 97 한국대선특집방송을 편성하는 등
외국언론도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