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가 끝나는 오후6시 일찌감치 당선자를 점치려던 사람들은 어쩔수 없이
8시이후 진행되는 개표상황을 지켜 봐야 하게 됐다.

방송3사 보도이사들은 17일 긴급모임을 갖고 18일 밤12시 이전에는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일체의 예측보도나 자체 여론조사결과 발표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방송사들이 "무조건 한다"던 종전 방침에서 "안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선
데는 선거막판까지 부동층이 줄지 않는 등 당선자 예측이 힘들어진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 하루전인 17일에도 부동층이 10~20%로 집계되는 마당에 당선자를
"오차없이" 예측한다는 것이 힘들고 자칫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개표결과와
다를 경우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 개표시비를 일으키는 등
나라 전체가 어수선해질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

방송3사는 방송협회 이름으로 발표한 자료에서 "예측방송으로 인한 개표
진행상의 혼란 등 각종 후유증을 염려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방송위원회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이처럼 결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MBC는 방송협회의 합의사항 수용여부를 두고 내부진통을 겪고 있다.

갤럽과 제휴한 MBC는 그간 "6시 정각에 발표한 여론조사결과가 실제 개표
결과와 얼마나 근접하는지가 이번 개표방송의 핵심"이라고 말할 만큼 여론
조사 정확도에 대해 자신감을 보여 왔다.

방송협회 합의사항이 전달되자 선거방송준비 실무진들은 독자적으로라도
여론조사 발표를 강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MBC는 18일 오전까지 최종결정을 유보했다.

한편 선거당일 실시키로 한 투표자조사는 예정대로 진행한다.

KBS는 2천5백명에 대한 전화조사와 함께 유권자들에게 설문지를 미리 발송
하고 투표후 ARS로 응답하게 하는 밸럿(Ballot)조사를 실시한다.

이미 3천명에게 용지가 발송된 상태. MBC와 SBS도 전화, 패널조사 등을
통해 당일 투표자조사를 하고 이 결과를 19일 0시이후 당선예측보도에
활용할 예정이다.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