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경그룹이 선경증권 사장을 전격 교체한 것은 박도근 전사장에 대해
부실경영의 책임을 묻고 그룹지원으로 선경증권을 정상화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홍주관 상무를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조민호 선경인더스트리
사장을 선경증권 부회장으로 겸임토록 한 것이 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주말 계열사 등에서 1천5백억원을 고객예탁금형식으로 선경증권에
지원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그룹이 직접 선경증권 경영에 나서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선경증권은 최근 3년연속 대폭의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경영이
악화돼왔다.

지난 95년과 96년에 각각 3백78억원과 5백85억원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상반기(4월~9월)에도 3백50억원의 손실을 나타냈다.

게다가 지난 11일 끝난 주가지수선물 12월물에 투자했다가 2백억여원의
손실을 입었으며 상품주식평가손과 외화주식평가손 등도 적지 않은 규모다.

상반기중 대신 물어줘야 할 지급보증액도 6백34억원에 이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권고대로 평가손을 1백% 반영할 경우 자기자본
잠식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박도근 전사장은 선경그룹이 지난 91년 12월 태평양증권(현 선경증권)을
인수할 때 인수단장을 맡은 뒤 계속 선경증권을 맡아왔다.

홍 신임대표가 그룹의 지원을 받아 현재의 경영상태를 어떻게
개선시킬지가 주목된다.

< 홍찬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