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처럼 한번 읽고 버리는 책이 있는가 하면 성경이나 명심보감처럼 항상
곁에 두고 읽고 싶은 책이 있다.

프랑스의 비행사 출신 생텍쥐페리가 쓴 "어린 왕자"라는 책은 이름 그대로
신비로움으로 가득차 있다.

21세기라는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는 지금에 잘 어울리는 책이라 생각된다.

어느 문장을 보아도 군더더기가 없다.

꼭 있어야 할 내용들로만 구성된 한편의 시요 동화다.

이 책의 주인공 어린 왕자는 여러 별나라를 여행한다.

첫번째 별에는 위엄이 가득한 왕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자기자신을 잘
판단할 수 있어야 슬기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일러 준다.

두번째 별에는 자신을 찬양해 주기를 희망하는 허영심에 빠진 사람, 세번째
별에는 자신이 술을 마시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그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는 술꾼이 살고 있었다.

이밖에도 별을 소유하는 상인, 가로등을 켜는 사람, 지리학자 뱀 여우 등을
만나게 되는데 이들은 각기 자기만의 독특한 발상법을 갖고 있다.

어린 왕자는 이들 중에서도 여우로부터 많은 삶의 지혜를 배운다.

여우는 "길들인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며 길들이게 되면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고 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존재가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길들인 것에는 언제나 책임이 있다고 일러 준다.

그리고 여우는 정들었던 어린 왕자와 이별할 때 비밀 하나를 선물로 준다.

그 비밀은 "세상의 본질적인 것은 육안으로는 볼 수 없어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사막이 아름다운건 어디엔가 우물이 숨어 있기 때문이고 집이나 별
사막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어떤 명상서보다 삶의 본질을 명쾌히 제시해 주는 내용들이다.

이 책을 다읽고나면 별과 어린 왕자는 이미 당신 가슴속에 길들여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별은 여느 때와는 달리 새롭게 보일 것이다.

별은 진하지 않지만 그윽한 향기를 보낼 것이다.

한해가 다 가기 전에 어린 왕자를 만나보기를 권하고 싶다.

한번 읽어서는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곁에 두고 늘 읽어보기 바란다.

박삼규 < 중진공 이사장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