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흐름이 막히면서 영진약품에 이어 삼성제약도 부도를 맞아 제약업계에
도산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삼성제약은 자금형편이 안좋은 업체로 오래전부터 제약업계의 입방아에
오르내렸으며 이미 지난 연말부터 부도는 시간문제라는 악성루머가
흘러나왔다.

이런 판국에 경제불황으로 외상매출채권의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번에 부도를 맞게 됐다.

특히 삼성제약의 제품구조는 매출채권회수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약국판매용 일반의약품(OTC)에 치중되어 병원용 치료의약품을 중심으로
하는 다른 중견 제약업체에 비해 체질이 허약한 것으로 평가되어 왔다.

게다가 쓸기담, 액제 우황청심원, 삼성에프킬러 등의 간판제품을
제외하고는 최근 2년간 주목받는 신제품을 선보이지 않았다.

제약업계는 영진과 삼성제약의 부도를 놓고 약품도매업체나 대형약국에
제품을 납품하고 차후에 대금을 회수하는 관행화된 외상거래가 이같은
흑자도산의 주범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반 소비재유통의 자금회수기일이 90일 안팎인데 비해 제약업종은 보통
2백40일을 넘고 있다.

1년6개월이상도 허다한 실정이다.

특히 의약품유통은 제약회사에 대한 나쁜 루머가 나돌면 거래선들이
대금기일을 지연하거나 기피하고 심지어 갚지 않으려는 풍토가 짙게 배어
있어서 요즘같은 경제불황에는 악성루머로 인한 흑자도산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 정종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