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발레계의 양대 산맥인 국립발레단(단장 최태지)과 유니버설발레단
(단장 문훈숙)이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단골레퍼터리인 "호두까기
인형"으로 다시 한판 대결을 펼친다.

국립발레단은 23~28일 국립극장대극장, 유니버설발레단은 18~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각기 "호두까기 인형"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으로 국립은 최장공연(19회), 유니버설은 연속공연
최다(12회)라는 기록을 각각 세우게 된다.

"호두까기 인형"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배경으로 한 밝고 경쾌한 발레.

어린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와 춤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환상의 세계를
펼쳐냄으로써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아온 인기작.

호두까기인형을 선물로 받은 소녀 클라라가 꿈속에서 환상의 나라를
여행한다는 단순한 줄거리지만 성탄과 연말 레퍼터리로는 부동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1892년 러시아 마린스키극장에서 마리우스 프티파 안무로 초연된 뒤
이바노프, 바이노넨등의 손질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국립은 종래 프티파 버전으로 공연했으나 지난해부터는 바이노넨의
버전에 비중을 둬 관객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바이노넨의 안무는 "사실적인 이야기 전개"와 "화려한 테크닉"이 특징.

프티파 버전이 클라라를 나레이터로 세워 어린이의 눈으로 신비한 세계를
경험케 하는 반면, 바이노넨 버전은 꿈속에서 어른이 된 클라라에게
주요장면을 추게 해 어른의 환상과 사랑이 동화처럼 엮어지도록 구성한다.

풍성한 춤이 볼거리로 2막 "과자의 나라"에서 초컬릿 사탕 차등을
의인화시켜 동서양 각국의 춤을 발레로 소개한 것이 흥미롭다.

초컬릿이 추는 스페인춤, 커피가 추는 아라비아춤, 차가 추는 중국춤,
막대사탕의 러시아춤등 고전발레에 변화를 준 캐릭터댄스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1막의 "눈의 왈츠"는 눈보라가 날리는 모습을 춤동작으로 형상화한 부분.

국립합창단의 합창속에 꽃그네가 하늘로 비상하는 장면이 절정을
이끌어낸다.

"노틀담의 꼽추" "신데렐라"를 통해 스타 대열에 들어선 김지영, 러시아
키로프발레단에서 인정받은 이원국씨등 1백20여명이 출연하며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국립합창단이 연주를 맡았다.

274-1151.

유니버설과 예술의전당이 공동기획한 "호두까기 인형"은 유니버설의 초대
예술감독 애드리엔 델라스의 안무로 초연된 뒤 3대 예술감독 로이 토비아스가
2막을 더해 완성한 작품.

원전의 작품성을 살리면서 현대적 감각에 맞게 꾸며졌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는데 주력해 먼저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2막의 "과자왕국"을 실감나게 꾸몄다.

또 첨단설비를 이용, 클라라와 프리츠가 타고 다니는 썰매가 공중으로
날아오르게 했다.

시몬 파스투크의 화려한 무대디자인과 키로프발레단 전속 의상디자이너인
갈리나 솔로비예바가 디자인한 호두까기인형 생쥐대왕 요정들 스페인댄서
아라비아댄서등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의상도 볼거리.

단장 문훈숙씨를 비롯, 수석무용수 강예나 엔리카 박선희 박재홍 이준규씨
등 1백여명이 출연한다.

협연은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580-1880.

<양준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