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화폐중에서 최고액면의 화폐는 무엇일까.

액면크기로만 본다면 터키의 1백만리라(약 7천원) 지폐가 가장
고액면이고 액면가치로 따지면 싱가포르의 1만달러(약 7백만원) 지폐가
단연 최고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 최고액면 화폐는 액면가치가 가장 높은
싱가포르의 1만달러일 것이다.

주요 선진국중에서는 스위스의 1천프랑(약 74만원) 지폐가 가장 높은
액면가치를 지녔고 이탈리아의 10만리라(약 7만원) 지폐는 액면단위가
가장 큰 화폐라고 할수있다.

주요 선진국의 최고액면단위는 영국의 50(파운드)과 이탈리아의
10만(리라)을 비롯 1백 5백 1천 1만 등 6종류가 있다.

이들 최고액면지폐중 가장 낮은 단위와 가장 높은 단위의 차이는
2천배에 달하고 있다.

가장 많은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최고액면단위는 1천(독일 캐나다
네덜란드 스웨덴 스위스등)이며 다음으로 일본 벨기에 등에서 사용하는
1만이다.

이밖에 미국은 1백, 프랑스는 5백, 2002년부터 사용될 예정인 유로화폐는
5백이 최고액면이다.

한편 주요 선진국의 최고액면가치는 평균적으로 1인당 GNP의
"1백64분의 1" 정도로 나타났다.

일본은 최고액지폐(1만엔)의 가치가 1인당 GNP의 3백86분의 1로 가장
낮고 캐나다의 1천달러지폐는 25분의 1로 가장 높다.

미국의 1백달러는 1백86분의 1로 평균수준에 가장 가깝다.

따라서 일본은 최고액면 가치가 경제규모나 소득수준에 비해 너무
낮아 국민들이 화폐를 많이 가지고 다녀야하는 불편이 따르는 반면
최고액면가치가 너무 높은 캐나다에서는 일상거래시 거스름돈을 많이
받아야하는 단점이 있다.

이밖에도 1인당 GNP대비 최고액면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나라로는
이탈리아(3백2분의 1) 프랑스(2백57분의 1) 영국(2백53분의 1) 등을
꼽을수 있고 비교적 높은 나라는 네덜란드(41분의 1) 독일(43분의 1)
스위스(51분의 1)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고액 지폐인 만원권의 가치가 1인당 GNP의
8백49분의 1에 불과해 선진국중 가장 낮은 일본에 비해서도 절반이하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 주요 선진국의 최고액면가치는 발행당시엔 1인당 GNP의 36분의 1
이었으나 소득증가와 물가상승으로 화폐가치가 지속적으로 절하돼 지금은
발행당시의 22%수준(1백64분의 1)로 떨어졌다.

이에따라 영국은 1982년 50파운드의 새로운 최고액면지폐(종전
20파운드)를 발행했고 벨기에도 1992년 1만프랑지폐(종전 5천프랑)를 새로
내놓았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의 최고액면지폐인 1백달러와 1천달러 지폐는 각각
최초 발행된 1928년 및 1935년이후 60~70여년동안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이들 지폐가 반세기이상 최고액면의 자리를 지켜온 것은 발행당시의
액면수준이 높아 소득수준이 높아져도 액면체계 유지에 무리가 없었던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물가가 수십년동안 매우 안정된 수준으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 여운선 한국은행 발권부장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