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에 인수.합병과 함께 폐쇄까지 포함하는 거센 구조조정 바람이
코앞의 현실로 다가섰다.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지원자금을 받기 위해 마련한 의향서
(Letter of Intent)에 부실정도가 심한 2개 시중은행의 정리일정이 구체화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9개 종금사 영업정지외에 금융기관 추가정리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온 탓에 금융계에 미치는 파장은 대단할 전망이다.

의향서는 다른 시중은행들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부실여신이나 주식투자손실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1백% 적립토록 하고
자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이익배당은 물론 임원 임금도 동결시키도록
하고 있다.

이번 의향서를 보면 회생불가능한 부실금융기관은 문을 닫게 한다는 정부
의지는 굳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또 회생가능성이 있는 부실금융기관도 일단 구조조정과 자본확충을
유도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다른 금융기관에 인수합병시키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이에따라 정부는 부실금융기관 판정을 위해 국제적기준에 걸맞는 회계기준
을 도입하고 인수 합병 폐쇄를 포함하는 "퇴출제도"와 "부실금융기관의
정리기준"을 마련, 공시한뒤 이에 어긋나는 금융기관은 과감히 정리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 의향서의 구조조정 =부실정도가 심한 2개 은행은 앞으로 2개월 이내에
합병이나 영업권포기등을 포함하는 정상화 계획안을 감독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감독기관은 정상화 계획승인후 4개월내에 국제결제은행(BIS)이 정한
자기자본 비율 8%를 충족하지 못하면 즉각 폐쇄조치를 내리게 된다.

물론 IMF도 이 과정을 감시하게 된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앞으로 6개월에서 2년 사이에 실행할 자구계획을 만들어
내년 6월까지 감독기관의 승인을 얻도록 했다.

특히 내년 3월까지 부실여신과 주식투자손실에 대해 대손충당금 전액을
쌓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부실여신이 많고 증식도 침체돼 있어 시중은행들의 자기자본 비율은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이들 은행은 자기자본 비율을 충족시킬 때까지 배당금을 지급할 수 없고
임원들의 급여도 동결되며 업무를 확장할 때는 반드시 감독기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야말로 은행들의 영업은 사전승인을 거쳐야 하는 셈이다.

종금사의 경우 정부가 이미 조치를 시행했듯이 12월 2일자로 9개 종금사의
영업을 정지토록 했으며 30일 이내에 자구계획을 제출토록 하고 있다.

<> 정부에서 제시한 일정 =내년초까지 대내외 투자자들에 의한 인수 합병과
폐쇄를 포함한 명확한 퇴출정책을 마련한다.

구체적으론 "금융기관 합병등에 대한 인가기준및 지원사항"과 "부실금융기관
정리기준"을 마련한다.

올 연말 결산자료를 갖고 은행에 대한 자산부채실사를 내년 3월까지 마무리
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내년 6월까지 A B C 세등급으로 분류, C등급은 M&A와
폐쇄를 유도하고 B등급은 일정기간의 자구계획여유를 준다.

<> 부실은행 판단기준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기본 잣대다.

은감원에서 발표하는 단순한 명목 자기자본비율이 아니다.

은감원 기준으로 보면 지난 6월말 현재 25개 일반은행 자기자본비율은
9.42%에 달한다.

BIS가 권하는 8%를 미달하는 은행은 한 군데도 없다.

그렇지만 의향서는 시중은행들의 부실여신과 주식투자손실에 대해
대손충당금 전액을 적립토록 하고 있다.

실질 자기자본비율이 적용된다는 얘기다.

유가증권 평가손과 부실채권손실금을 1백% 쌓은 것으로 가정해 산출하는
것이 실질자기자본비율이다.

실질자기자본비율은 명목자기자본비율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부분 은행이 8%에 미달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연구원은 이와관련,실질자기자본비율이 6%이하인 은행이 지난 7월말
현재 10개라는 자료를 내놓았다.

<> 구조조정 방향 =은행뿐만 아니라 종금사 증권사등이 대상이다.

특히 내년 상반기중 외국계 금융기관의 국내금융기관 M&A가 허용되면 모든
금융기관이 재편될수밖에 없다.

1년동안 계속될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시중은행과 시중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대형선도은행 <>외국계 자본과 국내대기업이 소유하는 합작
은행 <>시중은행이 증권사나 종금사를 통합해 탄생하는 시중은행 <>종금사와
증권사가 합치는 대형증권사 등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