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에게도 다소 생소한 불교의식중의 하나인 영산재 등이 내년
3월부터 외국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이벤트관광상품으로 개발된다.

경제난국을 맞아 외국인관광객을 한명이라도 더 유치, 달러를
한푼이라도 더 벌어들이기 위해 우리의 전통문화나 자연자원를 소재로 한
이색관광상품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는 것.

한국관광공사는 올해초부터 태고종의 총본산인 봉원사(서울 서대문구
봉원동)의 영산재의식과 부처님의 공덕을 기리는 발우공양의식을
시범상품대상으로 선정, 설문조사와 현장답사를 벌여왔다.

지난 3일에는 여행업계 관계자들을 초빙,태고종의 총본산인 봉원사에서
영산재 시연회 및 상품개발협의회를 갖고 공연시간과 요금등에 대해 구체적
논의를 벌였다.

이날 약 40분 동안 시연된 영산재 뒤에는 부처님의 공덕을 기리는
발우공양의식과 사찰음식시식이 이어졌다.

봉원사 영산재를 직접 관람한 여행업계 실무자들은 영산재가 특히
일본인관광객에게 훌륭한 불교문화체험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영산재는 석가모니가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실때의 모습을 재현하는
공양의식.

대한민국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돼 있는 봉원사 영산재 보존회는
남북평화통일등을 기원하기 위하여 매주 영산재를 봉행하고 있다.

20명의 스님이 출연하는 영산재는 목탁 태징등의 악기에 맞춰 범음의
소리를 짓는 범패와 호적 취타등의 악기연주, 법고춤 나비춤 바라춤등의
불교의식 무용으로 구성되어 장엄한 진리의 세계를 연출해 낸다.

영산재는 도랑게로 시작된다.

도랑게는 도랑을 깨끗이 해놓고 삼보천룡을 모시는 진언을 하는 가운데
나비춤을 추는 의식이다.

도랑게에 이어 복청게, 천수바라등의 의식이 진행된다.

복청게는 관세음보살의 자비심으로 일체중생의 고통을 소멸시키는 신비하고
묘한 다라니를 염송해줄 것을 대중스님께 청하는 의식이며 천수바라는
대중스님이 천수경을 강독하는 가운데 바라춤을 추는 의식이다.

바라춤은 바라(동으로 만든 심벌즈처럼 생긴 불구)를 양손에 들고
추는 춤으로 진리를 나타내는 환희로운 몸짓에 남성적인 힘이 넘치는
것이 특색이다.

염불 및 춤삼매에 빠진 스님들의 음성과 춤사위는 무언의 감동으로
관람자들을 기쁨과 환희의 세계로 몰아간다.

부처님을 청해오는 거불의식과 사다라니(4가지의 다라니를 염송하는
가운데 바라춤을 추는 의식)에 이어 재를 올린 공덕을 동참한 모든
사람들에게 회향하는 공덕게로 영산재를 마감한다.

영산재를 마친후 스님들이 사용하는 발우를 사용, 독특한 사찰음식과
예법으로 점심공양을 하는 것도 외국인들에게는 이국적인 경험이 된다.

공양을 할땐 말을 안 하는 것이 사찰의 법도다.

한국관광공사의 유동수 해외진흥본부장은 "발우공양의식과 연계된
영산재는 종전의 정적인 관광행태와 최근 유행중인 체험관광이 조화를
이룬 이색관광상품으로 외국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한국관광공사는 영산재와 함께 국내 철새도래지나 동식물보호지역등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생태관광코스등도 잇달아 개발, 내년 봄부터 선보일
계획이다.

< 노웅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