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시대는 기업들에게도 뼈를 깎는 대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덩치만 컸지 내실은 형편없던 한국기업들이 그동안의 거품을 걷어내고
옹골찬 기초체력을 다시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기업에서 거품의 실체는 과도한 차입경영과 과잉중복투자로 요약된다.

이는 최근 도산하거나 부도위기를 맞은 기업들에게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우선 90년대 들어 창업 또는 인수합병 등을 통해 계열사의 수를
배 이상 늘릴 정도로 갑작스레 덩치를 키워왔다.

또 사업확장을 자기자본이 아니라 차입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뉴코아백화점의 경우를 보자.

80년 서울 반포의 조그만 백화점 하나로 출발한 뉴코아는 올들어 백화점
15개, 킴스클럽(할인점) 16개, 스포츠센터 17개, 외식사업장 81개 등
1백38개의 사업장을 거느리며 30대 그룹에 진입할 정도로 초고속성장을
해왔다.

이같은 성장배경에는 은행에서 돈을 빌린 뒤 점포를 개설하고 이를 담보로
다시 돈을 빌리는 뉴코아식 경영법이 자리잡고 있다.

현찰장사인 유통업은 점포를 열어만 놓으면 매출이 일어나 자금회전이
가능했고 무엇보다 부동산가격이 폭등, 어지간한 차입금리정도는 보상이
되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불황에 금융위기까지 겹치자 눈덩이처럼 불어난 차입금은
엄청난 부담으로 변모했다.

지난해말 현재 자산규모가 2조8천여억원인데 비해 부채는 3조원에 달해
심각한 자금압박을 받게 된 것이다.

이러한 차입경영패턴은 한보 기아 진로 대농 삼미 등 한국경제를 대표하던
대기업그룹은 물론 태일정밀 수산그룹 등 최근 급부상한 신흥기업들까지
그대로 답습했다.

"내돈으로 장사하면 바보"라는 말이 유행하던 호황때의 경영패턴을 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불황때도 똑같이 적용한 것이다.

"어느 분야가 유망하다더라"는 소문이 나면 모든 기업이 우르르 뛰어드는
과잉중복투자도 대표적인 거품요인으로 통한다.

자동차 가전 철강 조선 등은 물론 90년대 들어 미래형 산업으로 각광받은
정보통신과 유통까지 모두가 과잉투자현상을 빚다.

산업이라는 것은 모두 나름대로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필요한 업종이지만
"너도 하는데 내가 못하랴"는 식으로 뛰어들다보니 제살깍아먹기식 과열경쟁
을 피할 수 없다.

유망산업이라는 이동통신분야에서도 경쟁적인 PCS기지국설치도 업체들은
속으로 멍이 들고 있다.

한솔 LG텔레콤 한통프리텔 등 3사가 기지국을 공유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확충하다보니 연간 수천억원의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

롯데 신세계 미도파 등이 전통적인 빅3를 형성했던 유통업계도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그룹이 뛰어들며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무조건 "첨단"만을 좋아하는 허장성세도 거품현상이다.

한 기업인은 "반도체산업이 우리경제에 긍정적인 역할만 했는가.

너도나도 첨단만 찾다보니 우리경제의 저변을 이루던 섬유 신발 등 경공업
이 무너진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선진국기업을 크게 웃도는 종업원 대비 임원수와 노조전임자 등이 상징하는
방안은 인력구조, 지난 3년간 생산성향상률을 20%이상이나 웃돌아온 과다한
임금인상 등도 거품으로 기업조직이 효율성을 잃어버렸음을 뚜렷이 나타내
준다.

IMF시대의 기업경영은 철저한 자기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제는 그동안의 거품을 걷고 투자 인력 조직 경비 등 모든 경영자원을
전면 재조정, 경쟁력회복에 나서야 할 때다.

< 특별취재단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