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다 특히 최근 연쇄부도의 위기를 호소하는 중소기업들에 가장 절실한
것은 돈이 잘돌게 하는 정부의 정책이다.

정부가 중소기업의 자금난해소를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 여러가지로 미흡한 실정이다.

우선 정상적인 판매활동을 통해 받은 어음조차도 할인이 잘 안돼 자금순환
이 어렵다.

지난 9월부터 어음보험제도가 시행되고 있고 한국은행은 총액한도대출제도
를 실시하고 있지만 한도가 턱없이 부족하다.

어음보험의 경우 내년에 재원이 확충될 계획이긴 하지만 현재는 1백억원
밖에 되지 않고 한때 10조원에까지 이르렀던 총액한도대출규모도 현재
3조6천억원 수준이다.

정부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비율도 예산의 3~4% 정도로 7~8% 수준인
일본에 비해 크게 부족해 더 늘려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술혁신개발자금 등 기술지원관련 자금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담보가 없으면 기술력이 아무리 좋아도 돈을 빌릴수 없는 대출제도도
끊임없이 문제점으로 제기돼 왔지만 개선은 안되고 있다.

판로개척도 중소기업에는 어려운 문제.

좋은 제품을 만들어 놓고도 돈이 없어 광고를 못해 문을 닫는 기업도 많아
문제다.

지난해 2월 생겨난 중소기업청의 경우 중소기업정책결정권을 통상산업부가
쥐고 있어 진정으로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입안을 위해서는 중소기업부
승격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 개방화정책을 너무 성급하게 서두름으로써 선진국에서도 아직 유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의무대출비율 단체수의계약 중소기업고유업종제도 등이 뿌리째
흔들리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각종 중소기업육성정책
이 쏟아져 나오지만 제대로 실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또 정책의 일관성이 없이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장기계획을 세워 사업을
하기 힘들다는 중소기업들이 많다.

이외에도 IMF자금이 유입될 경우 발생할 대량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창업지원제도를 지금보다 대대적으로 확충해야 한다는게 전문가와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 이창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