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과의 자금지원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이제 국가적 관심은
우리가 IMF에 약속한 "경제구조 조정계획"을 어떻기 이행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한 나라의 경제구조를, 그것도 단기간에 조정한다는 것은 말이 좋아
"조정"이지 엄청난 부작용과 출혈을 동반하는 혁명적 조치라고나 해야할
것이다.

벌써부터 대기업들은 수익성없는 사업의 정리와 기구및 인원감축을
골자로한 강도높은 구조조정 계획으로 "IMF겨울나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구조조정 못지 않게 시급하고 중요한 것이 정부와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이다.

예산운용, 국책사업, 공무원조직 등 정부의 살림살이도 IMF의 칼바람에
무풍지대가 될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도 세출예산을 7조원 삭감하라는 요구가 IMF칼바람을 실감케
한다.

정부는 이같은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난 3일 비상 경제대책추진위원회
를 열어 몇가지 정부조직 구조조정 지침을 마련했다.

노동부 보훈처 병무청 등의 지방사무소를 통합하고, 3~4단계로 돼있는
지방행정 계층구조를 축소하는 한편 행정지원인력 1만명 감축계획을 1년
앞당겨 99년까지 끝낸다는 것 등이 그 골자다.

그러나 이 정도의 감량으로는 "작은 옷"에 맞추기가 어림도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주요 회원국에서 보듯 "정부 재창출"을 위해서는
혁명적인 정부조직 인력의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14개 연방부처중 13개 부처가 획기적인 인력감축을 단행했고,
현재 2천여개의 일선 행정기관 폐지작업을 진행중이다.

일본 정부도 지난 3일 현재의 22개 중앙성청을 2001년까지 1부12개
성청으로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중앙정부 개편안을 최종 확정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내세운 "작고 효율적인 정부"는
구호만 요란했지 전혀 실천이 따라주지 못했다.

작은 정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적 측면에서 정부의 조직과
구조를 다운사이징하고 슬림화해야 하며,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 고객주의와 시장지향적 전략이 추진돼야 한다.

민간 연구기관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수행하는 전체단위 행정사무중 38%는
기획적 성격을,나머지 62%는 집행적 성격을 띠고 있다.

이런 집행기능을 과감히 민간부문에 이양하면 지금의 21개 중앙부처
가운데 7~8개는 통.폐합이 가능하고 공무원 수도 적게는 3분의1, 많게는
절반가량 줄일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해외연수 등의 명분으로 떠돌고 있는 이른바 "위성공무원"과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정부투자기관및 산하단체 등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정부는 국가부도 사태를 초래한 1차적 책임이 정부의 무능과 비효율에
있음을 통감하고 기업과 가계에 고통분담을 요구하기에 앞서 정부조직의
구조조정을 위한 구체적이고도 과감한 행정개혁안을 속히 내놓아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