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호 <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

우리는 장수하는 비결로 물좋고 공기맑은 곳에서 스트레스 받지않고
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인간의 욕망은 고도의 경제발전을 추구하는 산업화의
과정에서 인간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파괴하여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인류의 문명은 풍부한 양질의 물과 함께 발전하여 왔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조건은 필요충분조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산업화와 함께 유해물질에 의한 생활용수의 심각한 오염은 인간이
해결해야 할 제일의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세계적인 수질오염문제는 개발도상국일수록 심각하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상수원이 주로 강물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매년 반복되는 5대강의 부영양화
현상과 함께 각종 산업폐기물에 의한 상수원 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근래에 수돗물에서 장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는 보고가 발표되면서
수돗물을 믿고 마시라고 권장하는 관계기관은 물론이고 일반국민들의
혼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보고된 내용에 따라 각각 이해당국의 입장차이때문에 본질이
희석되는 것 같다.

매일 마셔야하는 물이기 때문에 몇가지 사실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현재 각가정에서 먹는 물을 확보하기 위해 물을 끓이거나 샘물을 구해
마시고 있으며, 대략 5가구중 1가구정도가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정수기의 정수방식에 따라 이물질을 거르는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이번에 보고된 장바이러스는 그 크기가 0.015미크론m로 필터의 기공이
0.01미크론m 이하의 크기를 가진 정수기는 장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내 보급된 정수기의 70~80%는 필터 기공의 크기가 0.0001미크론m인
역삼투압 방식으로 일부 정수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역삼투압 방식 정수기는
이번에 검출된 장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수백만의 정수기를 사용하는 국민들에게 일시혼란을 가져왔던 일부는
그 사실과 다르다.

더불어 역삼투압 방식 정수기는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pH와 경도 및 미네랄이 감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결과는 1957년 고바야시의 연구보고서와 쉬레더 (Schroder)와
브레틀보로 (Brattleboro) 등에 의하여 음용수의 경도가 낮은 지역
주민들에게 심혈관계 및 골다공증 발병률이 높다고 보고되었으나 물의
경도에 의한 질병발생의 가설을 인정하지 않는 연구도 많이 이루어졌다.

1974년 올라이트(All wright) 등은 음용수의 경도와 심혈관계질환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어떤 경향성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고 하였으며, 1975년
비어렌바음(Bierenbaum) 등도 심혈관계 질환은 경도와는 무관하며 수중의
독성물질에 의해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한편 미국 국립보건통계센터에 의하면 심혈관계 질환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는 흡연, 혈중 고콜레스테롤, 고혈압, 운동부족, 당뇨, 비만,
과도한 음주, 스트레스 등의 생활양식 요인이 있다고 하였다.

아직은 이들 사이에 통계적인 유의성이 인정된 연구보고는 없으나
수질특성이 포유동물의 질병발생률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96년 4월~97년 6월20일까지 실험용쥐 1백20마리를 수도수군,
정수기수군, 증류수군의 3개군으로 나누어 실험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실험용쥐의 성장발달상황, 체중, 사료섭취량, 장기중량, 혈액학적검사,
혈청학적검사, 병리조직학적검사, 뼈중 칼슘농도 등의 병리학적 분석결과
음용수특성에 따른 3개군은 성장발달과 병리학적인 분석에 있어서는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또한 실험결과로 볼 때 골다공증에 대한 음용수의 영향은 칼슘감소를
초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음용수를 통해 동물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칼슘의 양이 음식물을
통해 들어가는 양에 비해 미미하며, 총섭취 칼슘량에 큰 영향을 받기보다는
다른 인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즉 물 정수방법의 차이로 일어날 수 있는 음용수중 칼슘량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 물을 섭취한 실험동물의 뼈속 칼슘량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결과는 수질 특성상 pH나 경도 및 미네랄의 함량이 차이가
있더라도 음용수 수질기준에 부적합하지 않을 경우 질병발생은 동물의
체내 항상성기능(Homeostasis Funtion)으로 질병발생과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음용수에 포함될 수 있는 유해 중금속 및 병원성
바이러스 트리할로메탄(THM)등의 유해물질들이 질병발생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며 음용수 수질관리는 음용수내에 오염되는 유해물질
제거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