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무역의 날이었다.

오늘 열리는 기념식에서는 수출유공자들에게 많은 포상도 주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올 무역의 날은 예년과 다르다.

외환 위기에 직면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 국가부도
를 모면해야 할 상황이니 축제분위기일 수는 없다.

오히려 위기극복을 위한 반성과 다짐의 계기로 삼아야 할 상황이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위기는 현상만으로 따지자면 외환부족에서
비롯됐다.

벌이는 시원찮은데 씀씀이는 헤펐던게 우리의 현실이었다.

그 결과 외채가 쌓였고, 우리의 돈값이 급락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국가
신용도추락과 외국자본 이탈 등이 가속화돼 국제사회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기
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면 위기극복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어떤 것인가는 자명해진다.

수출을 늘려 외화를 더 많이 벌어들이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수입을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기는 하다.

그러나 자원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한계가 있다.

그런 점에 무역업계의 반성과 재무장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동안 수출기업들이 기울여온 노력을 과소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정책의 시행착오나 경영여건의 악화 등 기업들의 의지를 꺾는 정치 경제
사회적인 환경변화에도 많은 책임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기술개발 원가절감 등 국제경쟁력향상을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결코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새삼 중언부언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비극적 현실앞에서 우리 모두의
정신적인 재무장이 절실함을 강조한다.

세계무역기구(WTO)출범을 전후해 지난 몇년동안 너나할 것 없이 무한 경쟁
시대를 맞아 자칫 좌초할 수 있음을 경계해왔다.

그런데도 결과는 우려들이 현실로 나타났다.

문제인식에 비해 너무 안이한 대응이 있어왔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IMF 등의 도움으로 급한 불을 끄고 나면 또 다시 해이해지지 않을까 걱정
스러운 것이 지금 우리의 솔직한 심정이다.

교역규모 세계 12위국을 자랑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내실있는
수출을 해왔는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수출을 늘리는 데는 실행 주체인 기업과 그 종업원들의 의지가 우선 중요
하다.

그러나 정부와 금융기관 등 지원기관의 협조가 못지 않게 중요하다.

금융기관들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수출에 대한 자금지원만큼은 최우선적으로
다루어주는 전향적 사고와 자세를 가져주기 바란다.

수출여건만 놓고 본다면 원화의 급속한 평가절하는 플러스 요인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얼마만큼 잘 활용하느냐이다.

지금은 1달러라도 더 벌어들이고 덜 쓰는 노력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음을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

오늘 거행되는 무역의날 기념식은 과거 60년대의 "수출의날"로 되돌아가
수출입국의 의지와 결의를 되살리는 기회가 돼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