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잘못된 경제위기 인식..이두원 <연세대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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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는 이제 IMF구제금융이라는 긴급수혈을 피할 수 없게 되었으며,
이에 따르는 각종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나라안에서는 이를 두고 "경제국치"라는 표현을 쓰며 비통해 하고 있으며,
국제 사회에서도 비상한 관심으로 이를 지켜보며 한국경제의 외환위기가 더
이상 주변국으로 파급되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나라 안팎으로 이렇듯 온 여론이 동원되어 현사태를 심각히 인식하고
있으나, 다음과 같은 몇몇 사항에서 왜곡된 인식이 퍼지고 있는 느낌이다.
우선 이번 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 하는 책임론의 문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선구도와 관련하여 이러한 책임론은 여야간에 큰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각당은 공통적으로 시장경제원리에 집착하여 정책집행의 실기를 한 강경식
전 부총리와 정치논리를 우선시하며 경제를 등한시하였던 김영삼 대통령에게
큰 책임을 묻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경제정책의 최고 의사결정을 직접 책임지고 있던 두 사람의 책임이
결코 가벼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사태는 이러한 몇몇 사람들의 개인적인 실정의 결과라기 보다는,
한국경제에 근본적으로 내재하고 있는 제도결함의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정치권과 대기업그룹, 그리고 금융권의 유착아래 일부 대기업그룹들은
수익성없는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어 몸집부풀리기에만 주력하고 있었으며
이를 막아야 했던 금융권은 무제한의 여신으로 오히려 부추겨주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는 정경유착의 고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며, 설상가상
으로 경직적인 노동시장은 불황을 맞은 기업들로 하여금 구조조정을 단행치
못하게 하고 있었다.
비록 현정권초기에 강도높은 개혁을 추진하였으나 이는 대부분 사정위주의
인치개혁이었을 뿐, 정작 한국경제가 필요로 하였던 제도개혁은 아니었다.
이와같은 인식아래 요사이 일고 있는 책임론이 단순히 몇몇 사람들의
자리바꿈으로만 끝나서는 안될 것이며, 이번 기회에 구조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제도개혁을 반드시 이뤄야 할 것이다.
두번째 인식의 오류는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에 대한 인식과 그 처방에
있다.
앞서도 밝혔듯이 이번 사태는 국내 기업들의 비효율적이고 과도한 투자와
이로 인한 은행의 부실채권에 근본원인이 있으며, 그 처방 역시 이러한
원인을 제거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부 계층에서는 이번 사태가 소비자들의 과소비와 개방된 시장구조
탓이라고 인식을 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현재와 같은 어려운 시기에 모든 국민이 스스로 소비를 줄이고 될 수
있으면 외화를 아끼겠다는 자세를 비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소비와 개방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자세는 문제의 근본을 호도하며
그 책임을 전가하려는 시도밖에는 되지 않는다.
아직도 우리의 수입액중에서 소비재, 특히 사치품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극히 낮아 작년의 경우 전체 수입액의 1.5%에도 미치지 않고 있다.
또한 한국경제는 궁극적으로 개방된 경쟁체제를 도입하여 현재의 폐쇄적이
고 비효율적인 구조를 바꾸어야 할 입장이다.
더욱이 우리의 경상수지적자는 소비의 급증 때문이라기 보다는 비효율적인
투자와 생산이 지나치게 많았다는데 그 근본원인이 있으며, 이는 작년의
경우 전체 수입액의 90%가 생산과 투자를 위한 원자재 및 자본재 수입이었다
는 데에서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현사태의 희생양으로서 애꿎은 소비자와 개방을
탓하기 보다는, 문제의 근원이 우리 내부에 있다는 인식아래 기업들 스스로가
한계사업을 정리하고 수익성위주의 경영을 하는 변화를 추구하여야 할 것이다
세번째 인식의 오류는 일부 계층에서 일고 있는 일종의 음모론적인
"외세개입론"이다.
즉 현사태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으며, 미국은 IMF를 등에 업고 이번 기회에
한국시장을 보다 개방하여 미국상품의 수출을 극대화시키려 한다는 인식이다.
물론 아직은 일부 계층에서만 일고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접하면서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내부의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려고 하는지 답답한 심정이다.
물론 금융산업 등 일부 산업에서는 보다 높은 개방의 파고를 맞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하여 한-미간의 무역수지는 오히려 미국이 무역역조
를 볼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다.
즉 한국의 위축된 내수로 인하여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감소할 것이며,
절하된 환율로 인하여 미국으로의 수출은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인 것이다.
더욱이 앞으로 IMF가 제시할 각종 충고는 결국 한국경제에 도움이 되는
조치들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를 외압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비록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하겠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원칙에 충실하는 것이 정도가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일자).
이에 따르는 각종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나라안에서는 이를 두고 "경제국치"라는 표현을 쓰며 비통해 하고 있으며,
국제 사회에서도 비상한 관심으로 이를 지켜보며 한국경제의 외환위기가 더
이상 주변국으로 파급되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나라 안팎으로 이렇듯 온 여론이 동원되어 현사태를 심각히 인식하고
있으나, 다음과 같은 몇몇 사항에서 왜곡된 인식이 퍼지고 있는 느낌이다.
우선 이번 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 하는 책임론의 문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선구도와 관련하여 이러한 책임론은 여야간에 큰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각당은 공통적으로 시장경제원리에 집착하여 정책집행의 실기를 한 강경식
전 부총리와 정치논리를 우선시하며 경제를 등한시하였던 김영삼 대통령에게
큰 책임을 묻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경제정책의 최고 의사결정을 직접 책임지고 있던 두 사람의 책임이
결코 가벼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사태는 이러한 몇몇 사람들의 개인적인 실정의 결과라기 보다는,
한국경제에 근본적으로 내재하고 있는 제도결함의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정치권과 대기업그룹, 그리고 금융권의 유착아래 일부 대기업그룹들은
수익성없는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어 몸집부풀리기에만 주력하고 있었으며
이를 막아야 했던 금융권은 무제한의 여신으로 오히려 부추겨주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는 정경유착의 고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며, 설상가상
으로 경직적인 노동시장은 불황을 맞은 기업들로 하여금 구조조정을 단행치
못하게 하고 있었다.
비록 현정권초기에 강도높은 개혁을 추진하였으나 이는 대부분 사정위주의
인치개혁이었을 뿐, 정작 한국경제가 필요로 하였던 제도개혁은 아니었다.
이와같은 인식아래 요사이 일고 있는 책임론이 단순히 몇몇 사람들의
자리바꿈으로만 끝나서는 안될 것이며, 이번 기회에 구조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제도개혁을 반드시 이뤄야 할 것이다.
두번째 인식의 오류는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에 대한 인식과 그 처방에
있다.
앞서도 밝혔듯이 이번 사태는 국내 기업들의 비효율적이고 과도한 투자와
이로 인한 은행의 부실채권에 근본원인이 있으며, 그 처방 역시 이러한
원인을 제거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부 계층에서는 이번 사태가 소비자들의 과소비와 개방된 시장구조
탓이라고 인식을 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현재와 같은 어려운 시기에 모든 국민이 스스로 소비를 줄이고 될 수
있으면 외화를 아끼겠다는 자세를 비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소비와 개방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자세는 문제의 근본을 호도하며
그 책임을 전가하려는 시도밖에는 되지 않는다.
아직도 우리의 수입액중에서 소비재, 특히 사치품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극히 낮아 작년의 경우 전체 수입액의 1.5%에도 미치지 않고 있다.
또한 한국경제는 궁극적으로 개방된 경쟁체제를 도입하여 현재의 폐쇄적이
고 비효율적인 구조를 바꾸어야 할 입장이다.
더욱이 우리의 경상수지적자는 소비의 급증 때문이라기 보다는 비효율적인
투자와 생산이 지나치게 많았다는데 그 근본원인이 있으며, 이는 작년의
경우 전체 수입액의 90%가 생산과 투자를 위한 원자재 및 자본재 수입이었다
는 데에서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현사태의 희생양으로서 애꿎은 소비자와 개방을
탓하기 보다는, 문제의 근원이 우리 내부에 있다는 인식아래 기업들 스스로가
한계사업을 정리하고 수익성위주의 경영을 하는 변화를 추구하여야 할 것이다
세번째 인식의 오류는 일부 계층에서 일고 있는 일종의 음모론적인
"외세개입론"이다.
즉 현사태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으며, 미국은 IMF를 등에 업고 이번 기회에
한국시장을 보다 개방하여 미국상품의 수출을 극대화시키려 한다는 인식이다.
물론 아직은 일부 계층에서만 일고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접하면서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내부의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려고 하는지 답답한 심정이다.
물론 금융산업 등 일부 산업에서는 보다 높은 개방의 파고를 맞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하여 한-미간의 무역수지는 오히려 미국이 무역역조
를 볼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다.
즉 한국의 위축된 내수로 인하여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감소할 것이며,
절하된 환율로 인하여 미국으로의 수출은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인 것이다.
더욱이 앞으로 IMF가 제시할 각종 충고는 결국 한국경제에 도움이 되는
조치들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를 외압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비록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하겠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원칙에 충실하는 것이 정도가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