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신 <농어촌진흥공사 사장>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 3년째인 올해 우리 농업에서 뜻깊은 일은
사상 최대의 풍작을 거두었다는 점이다.

총생산량 3천7백80만섬으로 당초 기대했던 3천7백16만섬보다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단보(10아르)당 수확량도 5백18kg으로 가장 많다.

이러한 풍작은 산술적으로 나타난 생산량 증대를 통한 쌀의 완전자급과
동시에 농업의 경제.사회적 평가에 대한 새로운 가치기준을 정립했다는데
더욱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농업은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또 다른 변화의 물결에 휩싸여
있다.

WTO가 출범한데 따른 각종 국제협약이 가시화되고 무역과 환경을 연계한
그린라운드(GR)와 기술라운드(TR)가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 농업은 99년 WTO 후속협상과 오는 2001년 쇠고기 시장의
완전개방, 2004년 쌀시장 개방에 대한 추가협상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

이러한 세계농업 환경의 변화와 시장개방체제에 대응할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을 감안한다면 1차 농어촌발전대책의 성과를 토대로 한 2차
계획의 착실한 추진으로 농업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차 농어촌 발전계획의 주요 방향은 농업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확보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한 정책사업의 첫째는 농업인프라의 확충이다.

물부족 시대에 대비하여 농업용수와 농촌 생활용수의 지속적 개발, 물관리
시설의 자동화와 현대화를 통해 관리비용 절감과 수자원 이용의 효율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또한 진행중인 대규모 농업종합개발(간척)사업의 조기준공으로 신규
우량농지를 확보하고, 대형 기계화 작업의 효율을 높일수 있는 대구획
경지정리사업도 확대해야 한다.

두번째는 젊고 유능한, 과학적인 경영마인드를 가진 농업전문 경영체의
육성이다.

이들은 향후 2000년대 한국 농업의 주역일 뿐만 아니라, 개방화에 대응해
나갈 주체세력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세번째는 농업투자의 효율성을 높여 나가기 위한 제도개선이다.

국가 재정상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규모로 투입되는 농업투자의
효율성이 저조하게만 나타난다면 이 또한 국가경제에 큰 짐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런 만큼 농업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개선과 지금까지의
투융자사업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개선, 보완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농업투자를 위해서 중요하다.

이러한 정책사업들을 토대로 2000년대 한국농업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는 <>식량의 자급기반 확충과 통일농업에 대비 <>환경농업과
기술농업 정착 <>수출농업으로 육성 발전 <>농촌 생활환경 개선이라 할수
있다.

쌀농사는 기반이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는 만큼
식량의 안정적 공급기반의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러므로 장기적 농업계획의 수립은 통일시대를 지향해야 하며, 농정의
최우선 목표 또한 식량의 안정적 생산기반 확보와 통일시대 농업에 두어야
한다.

또 오는 21세기에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큰 해결과제는 환경문제일 것이다.

따라서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기술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이며, 기술농업이 지향하는 바는 고품질 농산물 생산과 함께 농산물의
안정성 확보에 두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수출농업으로의 육성 발전, 농업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하는 이유는
외국 농산물에 대한 국내 시장의 보호에도 있지만, 더 나아가 우리 농산물의
외국 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한 것이다.

이처럼 농어촌 투융자사업은 농림수산업의 경쟁력 향상, 도시와 농촌의
균형된 발전을 위해서 국가 정책차원에서 결정돼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