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모임은 "고정회"라고 한다.

회의명칭을 풀어서 말하면 "중앙공무원교육원 고위정책과정 제1기
(1993년도)동기회"다.

각자가 자기의 분야에서 오랫동안 생활했던 나이든 사람들이 1년간이라는
긴 시간동안 함께 모여서 동고동락할 기회란 직장생활이외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서로간의 만남이 자발적인 것도 아니고 지연이나
학연에 따라 만난 것도 아닌 인사명령에 따라 만난 것에 불과하지만 서로
간에 격의를 느낄 수 없는 모임이다.

오가는 말한마디의 의미와 정감을 쉽게 느끼고 서로간에 행동습관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다면 그 모임은 정겨운 모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모임의 회원은 28명으로 이제는 세월이 흐르다 보니 공직에서 은퇴한
분도 있고 승진을 해서 직업공무원의 최정상에 오른 분도 생기게 되었다.

공직에서 은퇴한 분은 강호선 한국전기전자시험연구원장,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임종국 한국물류통신(주)사장, 하진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이다.

그동안 승진을 해서 1급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분은 남궁훈 재경원
세제실장, 박병익 국가보훈처 보훈심사원장, 박창정 산림청차장이다.

현재 두 분(문유현 주미한국대사관 과학관, 정신 주에티오피아대사)은
해외에서 근무하기때문에 자주 만날 수가 없어서 회원들 모두가 아쉬워하고
있다.

권호장 안양부시장, 김관영 특허청심사3국장, 김시헌 환경부감사관, 김연수
교육부평생교육국장(우리는 그냥 "평생국장"이라고 부른다), 김용택 대전지방
교정청장, 김원배 청와대노동비서관, 김태식 병무청 국장, 박욱종 해양수산부
항만정책국장, 송재성 보건복지부한방정책관, 학생회장을 맡았던 안정남
국세청직세국장, 현재 간사를 맡고 있는 안진수 문화체육부감사관, 윤청하
공보처외보부장, 이유택 광진구부구청장, 임병준 감사원심의관, 정임천
건설교통부육상교통국장, 정장섭 통상산업부 전력심의관, 조홍 서울체신청장
(얼마전 부내 체육대회에서 부상을 당했기 때문에 회원 모두가 쾌유를 빌고
있다), 홍성길 기상연구소장 등이 있다.

우리는 분기별로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매년 한번씩 가족동반 모임을
갖지만 가까운 거리에 있거나 취미가 같으면 수시로 만나 나라걱정도 하고
세상사는 이야기도 나눈다.

우리모임은 서로간에 애환을 공유한 모임이기때문에 평생가는 모임이 될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마음에 맞는 모임이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 중의
하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