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근속자가 10년 근속자보다 퇴직금이 많으란 법은 없다"

일본 기업들 사이에 퇴직금에도 성과주의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연공서열에 따라 매겨지는 종전의 퇴직금 산출기준을 실적에 따라 차등을
두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산와종합연구소는 지난 95년 상여금의 산정기준을 완전 성과주의로
전환한데 이어 올 7월부터는 퇴직금의 산출에도 성과주의 방식을 적용했다.

종전에는 근속연수에 따라 퇴직금 지급액이 정해졌지만 새로운 제도에서는
"퇴직금을 연소득의 5%정도에서 연동 적립하는 식"으로 정했다.

예컨대 실적이 우수한 사원의 경우 퇴직금용으로 매년 적립하는 금액이
많게는 연소득의 10%에 이르는 반면 업적이 나쁜 사원은 연소득의 2%에도
못미치게 된다.

당연히 퇴직시 받게 되는 금액에 차이가 날수밖에 없다.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는 미스미도 올해부터 퇴직금 산출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산와종합연구소와 마찬가지로 산출기준에서 연공적인 요소를 완전
배제한 게 특징.

회사 내부에서는 연봉제 도입에 따라 아예 퇴직금을 폐지하자는 의견도
제시됐었다.

그러나 일시에 폐지하는 것은 사원들로부터 적지않은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결국 퇴직시까지 연봉 총액의 7%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결정했다.

반면 성과주의를 철저히 하기 위해 퇴직금 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컨설턴트 업체인 PWC가 그 경우.

이 회사는 내년 하반기부터 퇴직금 제도를 폐지할 계획이다.

이에따라 그동안 회사가 퇴직금 지급을 위해 매년 적립해온 돈은 사원의
월급과 상여금으로 돌릴 예정이다.

물론 여기에는 능력과 성과에 따라 차등을 둘 방침이다.

PWC 모치즈키인사부장은 "퇴직금은 종업원 복지 측면에서 도입한
것이지만 월급의 일정액을 떼어 퇴직시 근무연수에 따라 일괄 지급하는
것은 성과주의를 중시하는 경영방식에는 맞지 않다"며 "퇴직금에도
성과급을 도입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기업이 점차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 정종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