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기능을 잃고 경제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어 특단의
긴급 경제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자금이 들어오면 시장사정이 다소 개선
되고 차기정권이 출범하면 실명제보완등을 추진하겠지만 그때까지 기다리기
엔 상황이 다급하다는게 기업과 금융계의 중론이다.

이에따라 더이상 지체하지 말고 금융실명제 보완, 금융기관및 기업에 대한
지금지원 확대, 금리의 파격적인 인하 등 그동안 논란만 불러 일으켜 왔던
경제안정을 위한 긴급 대책들을 조속히 시행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기업부채의 전면적인 상환연장, 금융권 채무의 동결, 무기명
장기채 허용 등을 위해 필요하다면 대통령이 긴급명령이라도 내려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경제계에선 IMF 협의단과 정부가 거시경제 운용에 대한 토론을 거듭하는
사이에도 기업들의 연쇄 도산, 실직 위기감과 실업 급증 가시화, 주가폭락에
뒤이은 부동산 가격의 폭락등 예견되는 부작용들이 벌써 고개를 들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더우기 차기대통령에 누가 당선되더라도 정부와 처음부터 다시 협의를
거치는데만도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향후 2,3개월 동안의 무정부적
상태를 결코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대통령의 가슴을 연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벤처캐피털인 한국기술투자의 서갑수사장은 "지금 누구의 책임을 따지자는게
아니다. 20%에 육박하는 금리하에서 수많은 우량 중소기업들이 줄줄이
부도나고 있다"고 말하고 "실명제 보완책의 하나로 무기명 장기채를 하루
속히 발행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모 시중은행장은 "금융시장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는데 명분에 집착할
때가 아니다"고 지적하고 "긴급재정명령과 같은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모두가 공멸할 것"이라며 긴급대책을 요망했다.

최근의 급격한 금융불안으로 대기업들마저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27일엔 30대기업 기조실장들이 모임을 갖고 "금융기관들이 무조건
자금회수를 서두르고 있는 상황하에선 더이상 배겨날 기업이 없다"고 지적
하고 "대통령의 긴급명령으로 기업차입금에 대해 일시적으로라도 상환을
연장해 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기조실장 회의는 또 계열사간 합병에 따른 관련 법규와 세제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보하거나 기업구조조정을 지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외에도
금융실명제를 일시 유보하는등의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줄것을 요망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IMF를 통한 구조조정도 좋지만 지금은
당장의 심리안정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하고 정부가 단기대책과 장기대책을
구별해 좀더 용의주도하게 시행해 줄 것을 요망했다.

손병두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금융기관간 협조융자 체제를 구축하고 대기업
무역금융의 부활, 중소기업을 위한 총액한도대출 확대 등 할수 있는 조치는
일단 하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정규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