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봄학기 시행을 앞두고 있는 석사과정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출연
연구소 협동교육프로그램이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짙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출연연구소의 참여율이 예상외로 저조한데다 KAIST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학생수를 극히 적게 배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출연연구소의 단설대학원 설립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마련된
이 프로그램은 KAIST의 교육기능과 출연연구소의 연구기능을 체계적으로
접목시킨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즉 석사과정 기본교육은 KAIST가 담당하되 실험실습 및 논문지도는 출연연
의 겸직교수가 참여토록 함으로써 고급과학기술인력의 효율적 육성과 교육.
연구의 생산성 제고, 그리고 출연연의 연구요원 확보 및 연구원 사기진작을
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의 참여를 신청한 과기처 산하 출연연구소는 26일 현재
원자력연구소 기계연구소 에너지기술연구소 전기연구소 등 4개뿐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KAIST는 기계 5명, 재료 3명, 물리 화공 산업 각 2명, 원자력 전기 전산
토목 항공 각 1명 등 총 10개 학과의 일반장학생 19명을 이 프로그램 참여
학생으로 배정했다.

겸직교수 자격을 신청한 출연연구소 소속 박사급 연구원이 모두 20명임을
감안하면 겸직교수 1인당 학생수가 1명꼴도 안되는 셈이다.

프로젝트참여를 통해 현장실험 경험을 쌓은 인력을 육성하고 출연연의
고급연구인력 확보를 돕는다는 이 프로그램 시행의 가장 큰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기처쪽은 이 프로그램의 시행목적을 충분히 살리려면 연구소별로 적어도
20명이상의 학생이 배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다른 출연연구소의 추가참여와 함께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학생만
별도로 뽑아 학생수를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KAIST측은 이 프로그램 참여학생수의 대폭적인 확대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KAIST 학생의 수준과 전반적인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
참여학생수를 당장 늘리거나 별도로 선발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시행 첫해인 내년에는 작은 규모로 시행,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완한 뒤
참여학생수의 확대여부를 결정하는 등 시간적 여유를 갖고 이 프로그램의
활성화방안을 마련한다는 자세이다.

결국 출연연구소 연구원이 교수자격으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해 사기를 높이고 부족한 고급연구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토록 한다는
이 프로그램의 시행목적이 충분히 달성되기까지는 오랜시간이 걸릴 것이란게
중론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