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금융위기를 계기로 세계경제에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아시아 금융불안으로 인한 이 지역 경기침체가 전세계적인 설비과잉에
따른 초과공급과 겹치면서 전반적인 물가수준의 하락 (디플레이션)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강하다.

아시아위기가 세계경제를 장기불황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이코노미스트지는 "미국과 영국은 현재 인플레이션이 더 큰
걱정거리"라며 디플레이션 우려는 성급한 판단이라고 반론을 제기한다.

비즈니스위크지는 최근호에서 디플레이션 위험 이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세계경제는 디플레이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반도체 화학 조선 등 산업전반에 걸쳐 공급이 수요를 이미
초과하고 있다는게 그 이유다.

자동차의 경우 해마다 공급이 수요를 35% 앞지르고 있다.

반도체는 아시아지역 설비투자 과잉 등으로 메모리칩의 가격이 96년도에
비해 80% 가량 하락했다.

이같은 초과공급은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아시아 지역의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감소는 공급과잉을 더욱
심화시켜 물가수준을 하락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동남아 각국의 평가절하에 따른 수출가격하락은 세계 물가수준을
더욱 떨어뜨릴 것이 분명하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동남아 통화위기 여파로 이 지역 수출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일본과 중국에서는 이미 디플레조짐이 보인다.

일본의 경우 지난 8월이후 도매물가가 3개월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도 3분기 성장률이 90년들어 처음으로 8%밑으로 떨어졌고 10월중
소매물가도 0.4% 감소했다.

이같은 아시아지역의 저성장은 미국및 유럽의 성장율을 0.2~0.4%포인트
떨어뜨리는 등 세계경제 전반을 침체로 몰아넣는 다는 관측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미국 유럽등 선진국들조차도 아시아 금융위기 대처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점을 우려하고 있기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공급과잉 논의와 관련, "차 컴퓨터 전화기등과
같은 상품가격은 떨어지고 있으나 항공기부품 호텔요금 항공요금 등은
여전히 오름세"라며 전반적인 물가수준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잘못된
이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동남아지역의 수출가격 하락으로 일부 상품의 가격이 떨어진다고
해도 이를 디플레이션으로 볼수 없다고 주장한다.

디플레이션은 전반적인 물가수준의 하락을 의미하는데 가령 아시아지역의
수출가격하락으로 몇몇 상품가격이 떨어진다면 이는 단순한 상대가격의
변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수입상품의 가격하락과 이로인한 실질통화 공급량의 증가는 다른상품에
대한 지출증가로 이어지면서 물가수준을 상승시키기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실업율이 거의 완전고용상태인 4.7%로 24년만에
최저치를 보이는 등 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다는 점도 세계적인
디플레이션은 단순한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거듭해온
동남아 그리고 중국 한국 일본등 아시아 전체의 경제위기는 세계경제의
앞날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 장진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