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황이 드디어 오는가.

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현대 삼성 LG 등 3대그룹 조차도 돈 구하는데
애를먹는등 금융시장이 패닉(공황)상태로 접어들었다는게 시장참가자들의
얘기다.

정부가 종금사에 돈을 제때 주라고 은행에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자금은
여전히 흐르지 않고 있다.

종금사가 콜자금을 빌릴때 담보로 제공하는 발행어음을 정부가 보증키로
했는데도 은행들은 요지부동이다.

이에따라 채권시장에서는 26일 회사채(3년) 유통수익률이 92년1월18일 이후
최고치인 연 18.55%로 치솟았지만 이날 대우자동차의 3백억원어치만이
팔리는 등 거래가 두절된 상태다.

어음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3개월짜리 CP할인율 역시 이후 최고치인 연 22%로 폭등했으나 3대그룹
물량도 채 소화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의 자금가수요로 이날 현대와 LG그룹이 2천억원의 CP를 발행했으나
절반 정도만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종금사 관계자는 "금리불문하고 3대그룹 외에는 명함을 내밀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급등이 의미없다는 얘기다.

특히 정부가 원리금전액을 지급보증해 주기로 한 예금자보호 대상 상품에
기업어음(CP)이 빠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고객들의 무더기 중도환매가 예상
되는 등 자금시장의 교란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경우 종금사는 CP할인업무의 전면중단은 물론 고객이 환매한 CP를
기업에 결제요구하는 악순환을 초래, 한계기업의 부도를 재촉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콜시장에서도 지난 25일 임창열 부총리겸 재경원장관의 요청에도 불구,
은행권의 종금사에 대한 자금기피 현상이 여전해 콜금리가 연 15.66%로
뛰어오르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이 이달중에 산금채를 발행에 조성한 3천6백억원중 상당금액
을 종금사에 지원, 부도위기를 모면케 했는데 26일 산금채 만기도래액이
3천억원에 달해 종금사 지원금을 대거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지는 등
종금사들이 연일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다.

부도위기에 몰린 종금사들은 무차별 자금회수에 나서고 있어 금경
온누리여행사 수산중공업 등이 최근 잇따라 쓰러지는 등 기업의 연쇄부도
공포가 금융시장을 또다시 엄습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IMF(국제통화기금)의 구제자금이 들어오는 내달중순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그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특단의 정부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게 금융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오광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