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저녁7시10분.서울 종로3가 피카디리극장앞 광장에는 3층건물
높이의 괴물과 레이저빔총을 든 군인 20여명이 등장했다.

군인들이 총을 들고 엄호하는 가운데 스티로폴 구조물로부터 외계괴물이
불쑥 솟아오르자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들은 일순 긴장했다.

쏟아지는 빗속에 이 광경을 보려고 몰려든 사람들은 1천여명.

미국 월트 디즈니사의 새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 홍보이벤트로 30분
행사에 총1억5천만원이 소요됐다.

거액의 홍보이벤트가 속출하는 최근 영화가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액수.

<>.월트디즈니의 배급사인 "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한국지사의
김상일 사장은 "보통때 쓰는 홍보비 총액을 유지하는 선에서 방송및
인쇄매체 광고비를 줄이고 새 분야를 개발했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영화가에서는 "스타쉽 트루퍼스"에 디즈니가 총력을 쏟는다는 소문이
파다한 상태.

20세기폭스가 디즈니의 아성인 만화영화에 도전해 "아나스타샤"(12월20일
개봉)를 내놓자 기선제압용으로 "스타쉽 트루퍼스"띄우기에 나섰다는 것.

디즈니가 8년만에 재개봉하는 "인어공주" 또한 "아나스타샤"를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쉽 트루퍼스" 자체도 제작비 1억5천만달러(약1천5백억원)짜리
대작이다.

<>.그러나 행사를 바라본 일반인들의 시선은 냉랭한 편.

우연히 이 광경을 보게 됐다는 대학생 이재은씨는 "온국민이 경제살리기에
동참하고 있는 마당에 일회성 행사에 1억5천만원을 들이는 것은 지나친
낭비 아니냐"며 성토했다.

영화관계자들도 이벤트 비용의 인플레를 부채질한다며 우려하는 분위기.

브에나비스타는 올해 우리나라에 "콘에어" "페이스 오프" "에어포스 원"
등 히트작을 배급해 미국직배사중 최고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