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임금수준은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대표적인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하나이다.

수년째 임금상승률은 생산성증가율을 웃돌고 있고 단위노동비용의 증가율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임금체계의 경우는 각종 수당과 변칙 상여가 합해져 "걸레조각"이라고
불릴 정도로 복잡하다.

여기다 기업의 자율성이 발휘될 여지가 없는 비탄력적 규제가 합해져 기업
들의 고통은 더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눈에 보이는 규제부터 없애야 우리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 편집자 >

=======================================================================

노동법 관련 파업이 한창이던 지난 1월.

H사는 자사 노조원들의 파업참여로 인한 조업차질을 우려해 휴업조치를
취했다.

생산라인은 8일간 완전 중단됐다.

그러나 손해는 8일치의 생산차질에 그치지 않을 뻔 했다.

노조가 "회사가 일방적으로 휴업을 선언했으니 근로기준법 규정대로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지급총액은 1백억원이 훨씬 넘었다.

결국 지방노동위원회가 파업근로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휴업
급여 지불예외 승인"을 해주었기 때문에 손해는 생기지 않았다.

H사의 경우도 귀책사유가 회사에 있었다면 휴업수당을 반드시 지급해야
했다.

"경영은 역시 사용자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용자들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문제는 전혀 생산이 되지 않는데도 사용자는 최소한 평소와 똑같은 급여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고양시 외곽에서 중소가구업체를 운영했던 K씨가 그런 경우다.

지난해 그의 회사는 대기업에 납품한 소파에 하자가 발생해 전량 반품
처리되면서 갑자기 자금사정이 악화됐다.

일단 한달만 공장 문을 닫아 인건비라도 줄이겠다고 휴업에 들어갔다.

25명 근로자들도 대부분 사정을 잘아는 관계로 공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냈다.

한달이 지난후 K사장은 위로금조로 1인당 20만원씩 모두 5백만원을
내놓았다.

문제는 조업개시 사흘만에 터졌다.

사원 7명이 근로기준법 대로 평균임금의 70%를 휴업지불수당으로 내놓으
라고 나선 것이다.

노무사에게 물어보니 사원들 말이 맞았다.

지급해야 할 수당은 한 사람당 1백50만원이 훨씬 넘었다.

K씨는 결국 빚잔치를 하고 문을 닫아버렸다.

휴업지불수당은 휴업시에도 근로자의 생계비는 보전해줘야 한다는 순수한
뜻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는 걸림돌 노릇을 하고 있다.

퇴직금제도는 더욱 많은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퇴직금은 휴업지불수당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액수가 많기 때문이다.

올들어 정부가 새노동법에 "퇴직금 중간정산제"를 포함시키면서 퇴직금과
관련된 노사마찰은 더욱 늘어가고 있다.

창원에 있는 J사는 지난 5월에 시작한 임금협상을 아직도 끝맺지 못하고
있다.

쟁점 중의 하나가 바로 퇴직금 중간정산제도다.

법이 바뀌었으니 단체협상에 포함시키자는 노조와 퇴직금 정산방법은
사용자와 개별근로자와의 문제이므로 단협 대상이 안된다는 회사측의 주장이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결국 노조가 파업에 돌입해 현재 한달 넘게 생산라인이 돌지 못하고 있다.

중간정산제 뿐 아니다.

퇴직금누진제의 경우도 노사가 마찰을 빚는 단골메뉴다.

모그룹이 3년전 O사를 인수할 때 "퇴직금누진제만 없애준다면 월급은
얼마든지 올려주겠다"고 약속했던 건 노사 전문가들은 다 아는 얘기다.

퇴직금이 기업에 얼마나 많은 부담을 주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에 다름 아니다.

경직된 규정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기는 최저임금제도 마찬가지다.

때론 "불법"을 조장하기도 한다.

서울 인근 소도시에서 주부들을 고용해 봉제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L씨의
사장은 스스로를 "상습 부당노동행위자"라고 부른다.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란다.

"최저 임금을 제대로 적용하면 입사 1년차 신입사원이 3년차 직원보다
월급이 많아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한다"며 "노동사무소도 이 문제는 건드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금은 돈을 다룬다는 점에서 노사간 마찰의 최대 원인이다.

그러나 휴업지불수당 퇴직금 최저임금제 등은 눈에 띄는 규제일 뿐이다.

"임금 한자리수 억제" "임금동결" 등을 모토로 인상의 억제를 "강요"하는
정부의 협조요청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생산성 임금제" "능력급제" 등 임금체계의 선진화는
요원한 과제일 뿐이다.

<권영설 기자>

[[ 주요국의 퇴직금 관련제도 ]]

(자료 : 전경련)

<> 한국 - 근속연수가 1년 이상인 경우 근속연수마다 30일분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 퇴직금 중간정산 가능

<> 일본 - 법정퇴직금제도 없음

<> 대만 - 근속 1년당 2개월 평균임금지급, 다만 15년을 초과하는 경우
근속 1년당 1개월 평균임금으로 하되 최고 45개월이 상한선
- 계약기간만료 혹은 즉시해고사유에 해당하면 퇴직금 없음
: 최근에는 현행 퇴직금제도를 개정, ''근로자 노령부가연금제도''
로 개선 추진중

<> 싱가포르 - 규정없음

<> 태국 - 120일~1년 미만자는 30일분
- 1~3년 미만자 90일분
- 3년 이상자 180일분 : 다만 사용자에게 의도적으로 손해를
입히는 자 등에 대해서는 무지급

<> 프랑스 - 기업의 퇴직연금제도는 공적연금제도의 보완적인 역할 수행

<> 미국 - 주로 종업원연금제도 운영함 (생명보험회사에 가입)
- 공적연금제도 (최저생계비 보장)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