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지원을 받게 되면 부도유예협약과
협조융자협약은 더이상 존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IMF가 시장경제원리에 반한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협약의 시행주체인 금융기관들이 앞으로 구조조정과정에서 상당한 내홍을
겪을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두협약과 관련돼있는 기업들도 향후 경영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IMF는 한국의 외환위기가 금융흐름 왜곡에서 비롯됐고 그 배후로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개입을 들고 있다.

두 협약이 금융기관 자율협약이라고는 하지만 정부의 "보이지 않는"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믿고 있다.

특히 IMF체제를 주도하는 미국이나 일본은 글로벌경제속의 자유무역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만큼 불공정거래 행위로 비쳐지는 두협약이 달가울리가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두 협약은 그 모호한 성격으로 인해 그동안 해외에서 많은
의구심을 받아 왔던게 사실이다.

협약의 주체인 은행과 종금사들이 M&A 등 구조조정태풍에 휘말리게 된다는
점도 협약존립의 근거를 위협하고 있다.

조만간 다수의 종금사들이 정부로부터 영업정지조치를 받을 것으로 예상
되는가 하면 일부은행들도 강제인수합병을 피해갈 수없게 됐다.

금융기관들은 이런 와중에서 부실기업의 갑작스런 퇴출을 막기위해 급조한
두협약에 더이상 미련을 둘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들은 아마도 부실채권 정리기금을 통해 과감한 한계기업정리에
나설 것이고 정부도 기업퇴출제도를 전면 재정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감독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대한 IMF의 감시.감독이 강화될수록
금융기관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된다"며 "정부도 더이상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보면 현재 두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거나 한계상황에 직면한 기업들
은 별도의 회생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현재 부도유예협약이 적용되고있는 기업은 대농계열의 미도파밖에 없다.

속단하긴 이르지만 IMF가 미도파에 대한 채권단의 금융지원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불가피하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출자를 통해 정상화를 추진중인 기아계열도 IMF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출자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한때 부도유예협약 적용을 거쳐 화의절차가 진행중인 진로 태일정밀
등은 정상적인 회사정리절차를 밟고있는 만큼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화의신청후 은행과 종금사로부터 협조융자를 받기로 돼있는
해태그룹도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당장 일부 종금사들의 존립 자체가 힘들어진 만큼 협조융자가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는 지적이다.

지난주 산업 서울은행등이 1천1백억원을 지원키로 잠정 합의한 진도도
상황은 비슷하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