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와의 송사에서 승리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 소송의 쟁점은 삼성이 64메가 D램제작에 사용하는 기술이 미국의 한
개인발명가의 특허기술을 침해했는지 여부.

2년반동안 끌어왔던 소송에서 삼성이 패소할 경우 천문학적인 액수의 피해
보상은 물론 수출 자체가 원천봉쇄될 뻔했던 것이다.

게다가 판매중인 반도체칩 역시 전량 수거해야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이런 위기에서 법무팀은 시한폭탄의 뇌관을 조용하게 제거한 것이다.

이는 국내 업계가 ITC를 상대로 얻은 첫 승리인 셈이다.

업계는 이를 국제무역 분쟁의 "이변"으로까지 받아들이고 있다.

더 놀랄 일은 이번 승리의 숨은 주역이 로펌이 아닌 삼성의 "인하우스
로이어"그룹인 지적재산센터라는 점이다.

LG법무팀엔 요즘 "거래위험 최소화"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연쇄부도 태풍속에서 계약조건과 투자지분 등 거래내용을 치밀하게 분석,
거래기업이 도산할 경우에도 "저손실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개발해
내라는 주문이다.

이 팀은 뉴코아백화점의 매도매수협상에서 밀알을 거뒀다.

뉴코아측이 부도가 나기전 LG측에 인수의사를 타진했고 법무팀은 제의
조건과 기업재무구조 등을 면밀히 검토, NO라는 입장을 경영진에 전달했다.

뉴코아의 부도로 법무팀의 판단이 "칼날"이었음이 입증됐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법무팀의 주가는 이처럼 급등하고
있다.

이는 외부변호사나 로펌보다 <>비용이 저렴한데다 <>회사기밀이 유지되고
<>의사전달 채널이 단순해 사건을 신속히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비용이 싸게 먹힌다는게 기업법무팀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LG그룹 김상헌 변호사는 "해외합작투자 한 건당 외부변호사를 고용할 경우
드는 수임료는 최소 억대이이나 법무팀이 처리할 경우에는 급여정도면
족하다"고 말한다.

또 "송사의 경우엔 승소에 따른 성공사례비나 접대비는 물론 소송자료
준비나 기업입장을 전달키위한 회사직원의 파견도 기업으로서는 내키지 않는
추가비용이다"(A사 P차장)

대우그룹 법무실의 경우 국제변호사 1명이 연간 처리하는 해외투자계약건은
평균 30여건.

이를 외부에 용역을 줄 경우 변호사비용만도 최소한 수십억원이 들지만
법무실에서는 이 비용의 1백분의 1정도로 같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둘째 기업입장에선 직원들로 이뤄진 법무팀이 사건을 처리하면 회사정보가
외부에 유출되지 않는 매력이 있다.

SK그룹 법무실관계자는 "법무팀은 기업이 변호사에게 공개할 내용과 공개
하지 말아야 할 내용을 선별할 뿐만 아니라 변호사와 상의해 소송전략을
잡아가는 코디네이터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셋째 신속한 의사결정도 잇점의 하나다.

사업추진 전과정에 담당변호사가 참여함으로써 분쟁발생과 동시에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특히 촌각을 다투는 해외투자계약건의 경우 외부 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할 경우 업무파악에 소요되는 시간만도 최소한 2~3일은 걸린다.

이 시간이면 이미 애초에 설정한 "데드라인"은 넘어간 상황이다.

법무팀은 이 경우 최고경영자와의 전화 한 통화로 문제를 해결한다.

양손에 법전과 계약서를 들고 도처에 깔려있는 투자장벽을 헤쳐나가는
경제변호사.

그 자리를 "용병"이 아닌 기업법무팀이 차지하고 있다.

<이심기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