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무팀이 기업내 핵심조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업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그림자조직"이지만 계약서 작성 투자자문
인수합병 등 출생에서 사망까지 기업의 모든 일에 감초 역할을 한다.

젊고 유능한 엘리트 법조인을 대거 영입, 공격경영의 핵심브레인으로
키우고 있는 기업 법무팀의 베일을 벗겨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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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은 지난 1일자로 대법관 출신의 윤영철변호사를 상임고문으로
영입했다.

윤고문은 이틀에 한번꼴로 태평로빌딩의 그룹 법무팀에 출근, 주요
법무현안을 챙기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검사 출신의 김용철씨, 판사출신의 홍철 김은미씨, 변호사 출신의
조치형씨등을 임원급으로 포진시켰다.

경쟁력 있는 법무팀 구성을 위한 몸짓이다.

이러한 법무팀으로의 변화는 삼성에 그치지 않는다.

대우그룹의 국제법무실은 이달중 2명의 미국인 변호사를 고용키로 했다.

5명의 국제변호사와 12명의 스탭진으로 이뤄진 국제법무실을 보강하기
위해서다.

이미 3명은 현재 미국등지에서 현지변호사자격증 취득을 위한 연수과정을
밟고 있다.

LG도 매년 2명씩 내부시험을 통해 선발된 인원을 미국에 보내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기업법무실의 덩치키우기와 조직재정비는 시장여건의 변화에 따른
합리적인 변화로 지적된다.

국내시장은 벌써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국경없는 무역전쟁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제조물 책임법과 집단소송제의 도입등 소비자보호를 위한 장치가 속속
마련되면서 기업들이 소송에 휩쓸릴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인수합병(M&A)이 가속화되면서 이에 따른 기업간 분쟁 역시 증가추세다.

기업들이 법무팀의 역할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데 있다.

기업법무팀은 업종별로 전문성을 가지면서도 기업사정에 능통, 기업의
방패가 된다.

그래서 역할이 다양하다.

투자자문과 투자현지국의 법률검토, 계약서 작성등 사업 전 과정에서
사업부서와 함께 참여한다.

계약서 조항위반등과 같은 돌발적인 상황의 해결 또한 이들의 책임이다.

세계경영을 표방하는 대우그룹의 경우 업종별로 담당변호사를 지정,
관련업무를 전담토록 하는 방식으로 국제법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5명의 국제변호사가 전자, 통신, 조선, 건설, 자동차관련 업종과 송사
전반업무별로 역할분담이 이뤄진다.

이는 "모든 해외프로젝트사업의 초기단계부터 법무팀을 투입하라"는
김우중 회장의 특명에 따른 것.

사업성 검토, 투자의향서 작성, 중간협상단계 및 계약체결과정에서
영업본부팀과 함께 움직인다.

물론 현지변호사를 일시 고용해 해당국의 법률과 관련된 세부사항을
협조하기도 한다.

대우의 배진한변호사는 "중아시아와 동부유럽등 경영마인드가 부족한
현지 경제관료를 설득하고 경제적 외침을 우려하는 현지언론들과 접촉하는
일도 업무중 일부"라고 털어놓았다.

기업법무팀은 더 이상 경영주나 대주주의 지분상속 등과 관련된 "은밀한
소송"의 뒤를 봐주던 시절은 지났다.

국내외에서 자격증을 딴 엘리트 법조인들이 뭉친 기업경영의 핵심
그룹으로 떠오르고 있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