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백화점이 50만원이상 구매 고객에게 휴대폰을 경품으로 주는
판촉행사를 가졌다.

준비한 2만대가 금방 동나 고객들의 항의로 곤욕을 치렀지만 큰 재미를
봤다고 한다.

이동전화에 대한 폭발적인 인기 속에 이상과열양상을 보이는 국내
통신사업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PCS(개인휴대통신)쪽은 단말기가 없어 아우성이고 다른 한편에선 갓나온
80만원짜리 휴대폰이 30만원대에 팔리는, 분명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무선데이터통신이나 주파수공용통신(TRS)은 장비개발이 안돼 서비스 시작이
반년씩 늦어지고 시스템과 단말기까지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사업자간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사회적인 물의를 빚는 일조차 많아졌다.

국내 통신사업이 지금의 혼돈을 벗어나 내년의 대외개방에 대응해
국제경쟁력을 갖추려면 무엇보다 경쟁시대에 맞는 제도정비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이러한 이유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통신사업에 대한 규제의 틀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규진출에 대한 진입제한이 없어진만큼 사업계획의 타당성등을 엄밀히
심사해 "일단 사업권을 따놓고 보자"는 마구잡이식 진입을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관련 정보통신개발연구원은 "기존의 심사기준에 공익성, 소비자
보호관련사항등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 사업자들이 정당하게 싸울수 있도록 공정경쟁 관련제도를 강화하는
한편 퇴출에 관련된 틀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사업자가 도산하거나 사업을 포기할때 기존이용자의 권익보호등을
보장할수 있는 장치가 꼭 필요하다는 소리가 높다.

통신사업 발전을 뒷받침할수 있는 장비산업 육성도 시급하다.

국내 실정에 맞는 장비를 개발해야 서비스품질을 높일수 있고 세계시장
진출도 가능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단말기산업의 육성도 서둘러야 한다.

사업자들은 단말기 가격이 높아 이익을 내기가 더욱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고객유치를 위해 단말기 가격의 일부를 보조해주는데다 막대한 시설투자로
자금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이유에서다.

LG텔레콤의 정장호사장은 보조금에 대해 "가입 문턱을 낮춰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어쩔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잘못된 관행"이라고 말했다.

구형 단말기나 재고품을 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 갓 나온 신제품을
할인판매하는 것은 결코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단말기시장을 2개업체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제조업체의 요구에 사업자가 끌려다닐수 밖에 없다"는 하소연이다.

사업자들의 시장발굴 노력도 강화돼야 한다.

서비스별로 특성에 맞는 시장을 발굴해 고객을 개척하는데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문제가된 씨티폰도 기존의 유선전화와 결합해 이동전화와
차별화된 시장을 공략하면 얼마든지 성공할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보통신부 관료들은 통신사업에 대한 시각의 교정이 필요한 싯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독점시대의 눈으로 경쟁시대를 보면 모든 것이 어색하게 보인다는 소리다.

서영길 정보통신지원국장은 "남대문 시장 상인들이 "골라! 골라!"하고
소리치는 것을 시끄럽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고 전제하면서 "경쟁시대에서
정부 역할은 경쟁이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정건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