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권맨들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세상사를
잊고 있다.

주식시장의 장기침체로 하루하루가 불안하기만 하다.

고객의 자산은 물론이고 친척들의 투자자금도 관리하기 벅차기 때문이다.

한동안 주가가 끝없이 추락할 때는 투자자금이 반토막이 났다는 원성에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지만 최근들어서는 소폭 회복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증권맨들의 하루는 긴장의 연속이다.

아침 일찍 출근해 경제동향을 파악한뒤 오전 9시반부터 주식시장 매매에
참여한다.

영업직은 고객들의 주문을 받아 매매에 나서거나 투자상담을 해준다.

투자분석부나 기업애널리스트들은 유망종목의 매수추천이나 매도추천을
해야한다.

채권이나 주가지수선물등 파생상품을 담당하는 부서들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시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매매에 임한다.

투신사들은 고객의 자산을 신탁받아 매매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증권사와 다르지 않다.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담당하는 부서도 정신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증권사가 주식이나 채권의 발행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업무를 대행하는
만큼 적정 가격에 발행이 이뤄지도록 하기위해서는 경제동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요즘처럼 기업도산이 많아지면서 발행희망기업에 대해서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멋모르고 주식.채권 발행을 대행해줬다가 해당기업이 부도를 내는 통에
대신 물어줘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증권업종은 주식시장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던 지난 88년 가장 인기있는
직종이어서 주위의 부러움을 산 적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2년간 주식시장 침체로 빚더미에 앉은 증권.투신맨도 적지
않다.

주위의 시선도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회복돼 언젠가는 높은 수익을 올리겠다는 기대감이
있다.

국내경기가 하강을 마무리하고 조만간 서서히 회복할 것으로 기대돼
희망은 더욱 커지고 있다.

파생상품이 더욱 복잡해지면서 적은 투자로 높은 수익을 올릴 기회는
끝없이 늘어난다.

그래서 투자위험을 알면서도 증권맨들은 오늘도 매매시점을 포착하는데
온힘을 쏟고 있다.

< 정태웅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