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니가 미국의 자존심인 헐리우드 장악에 마침내 성공했다.

지난 89년 48억달러의 거금을 들여 콜롬비아 영화사를 사들인지 8년.

숱한 우여곡절 끝에 세계 영화시장을 거머쥔 큰손으로 부상한 것이다.

2년여전 말단 상무에서 일약 사장 자리에 오른 이데이 노부유키 사장이
요즘 만면에 웃음을 띄고 있는 것도 그가 취임 일성으로 밝힌 "디지털 드림
키드(Kid)"의 꿈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콜롬비아 영화사를 소유하고 있는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가 올들어 만든
영화는 모두 33편으로 북미 영화 시장에서 흥행수입 기준 22.4%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30편을 만든 디즈니계의 비엔나 비스타영화는 15%에 그쳤으며
워너브라더스(25편 제작)는 11.5%로 절반정도에 불과했다.

지난해 가을 경영 악화로 영화사 매각설조차 나돌았던 소니로선 1년이
채 안돼 괄목할만한 변화인 셈이다.

이는 소니가 올해 만든 영화중 그만큼 히트작이 많았기 때문이다.

토미 리 존스가 출연, 지구상에 사는 외계인을 감시하는 다소 황당한
내용의 "맨 인 블랙"은 10월말 현재 북미지역에서만 2억4천4백만달러를
벌어들여 흥행수입 1위를 기록했으며 해리슨 포드가 주연해 미 대통령
전용기에서의 테러 사건을 다룬 "에어포스 원"(4위)은 1억7천만달러를
안겨줬다.

또 에이즈에 걸린 어린이 사이의 우정을 다룬 "마이 베스트 프렌드 에릭"도
1억2천5백만달러(9위)의 수입을 올렸다.

소니의 영화 사업은 내년에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미 6억달러를 들여 콜롬비아 트라이스타를 통해 16편을 제작중이며 모두
29편을 배급한다는 계획도 세워 두었다.

또 MGM 유나이티드 아티스트가 제작 배급했던 007 시리즈 판권도 사들여
99년엔 "소니판 007" 시리즈을 선보일 예정이다.

MCA를 사들였던 라이벌 마쓰시타가 95년 헐리우드를 철수했던 것과는 달리
소니가 이처럼 탄탄대로에 오른 것은 경상비를 억제하는 동시에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작품을 제작하는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

여기에 존캐리 사장 중심으로 소니픽쳐스 경영진을 개편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소니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성공은 하드웨어 메이커가 소프트 사업에서도
성공할수 있다는 점에서 타 전자업체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 강현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