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 < 선경증권 이사 >

자본시장 개방으로 국내주식을 매입해왔던 해외투자자들이 환차손 및 국내
경기의 침체 전망으로 국내주식을 대량 매도하고 있고 국내투자자들도 동반
매도를 단행하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은 다른 아시아국가들에 비해 자본시장에 대한
개방화가 부분적으로 이루어졌고 또한 그 과정도 상당히 점진적인 방식을
띠어왔다.

따라서 최근 한국의 금융시장이 겪고 있는 어려움도 동남아시아지역의
금융위기에 비해서는 그 심각성이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6월 중순 800포인트에 가깝던 종합주가지수가
약 넉달만에 거의 2분의 1 수준인 460포인트로 수직 하락하는 초유의 경험
속에서 한국의 주식투자자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은 다른 어느 나라의 주식
투자자들 못지 않다고 할수 있다.

그런데 이번 위기에 대한 대책 중에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외국인 투자한도
확대가 또 다시 포함되어 있으며 이에는 주식 뿐만 아니고 채권의 투자범위
확대도 들어있다.

물론 이번에 허용된 채권의 투자범위 확대는 단기적인 효과보다 장기적인
차원의 해외자본 유입을 염두에 둔 것이고 그 확대대상도 5년 이상의 대기업
무보증 회사채 일부 및 기존에 허용된 종목들에 대한 추가 확대에 국한되어
있다.

그리고 개발대상종목이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에 비록 내년초부터 개방이 되더라도 급격한 자본의 이동을 일으킬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주로 주가하락 때마다 단기적인 증시부양을 목적으로 매번 이루어
졌던 주식시장의 개방이 비록 점진적인 방법에 의해 이루어졌고 또한 그때
마다 일부 순기능을 발휘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해외자금들은
그들의 투자이익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썰물같이 빠져나가 우리 증시를
대혼란에 빠뜨릴수 있다는 값비싼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우리 채권시장의 경우 아직까지는 해외요인이 국내시장을 좌우할 만큼
개방화가 진척되어 있진 않지만 개방폭이 계속적으로 확대된다면 근시일내에
채권시장에 대한 영향력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리라 생각된다.

이번 금융위기는 튼튼한 실물 경제에 의해 뒷받침되지 못하는 금융시장의
개방화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모든 경제행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실세금리를 좌우하는 채권
시장의 개방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주식시장의 개방이상으로 우리의 금융시장
과 경제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할수 있다.

따라서 향후 채권시장의 개방에 있어서는 주식시장개방의 경험을 타산지석
으로 삼아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를 해야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