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는 과연 디플레이션 현상을 맞고 있는가.

일본은행의 10월중 도매물가 대폭하락 발표를 계기로 디플레이션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의 경기후퇴가 디플레이션이라는 구조적인 요인으로 인한 것인지의
여부를 둘러싸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10월중 국내도매물가지수가 전월에 비해 0.5%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지난 88년 1월의 마이너스 0.7%이래 거의 10년만의 하락폭이다.

도매물가지수는 지난 8월이후 3달연속으로 하락했다.

이는 디플레현상이 일어났던 지난 95년4~6월이래 처음이다.

일본은 95년도에 엔화가 달러당 80엔을 돌파하는 "엔고 디플레"로 심한
몸살을 알았었다.

이번 물가하락에는 주세법개정에 따른 위스키값 인하, 여름철 할증전력요금
적용종료 등 계절적인 요인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들 요인에 의한 하락폭은 0.2%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기후퇴로 인한 전기 자동차 등 내구소비재의 가격인하등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인 셈이다.

10월중 도맴눌가지수는 소비세인상분 2%를 감안할 경우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서도 0.5%포인트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지수하락경향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도매물가하락과 관련, 일은은 "물가가 조금 약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소비세인상 특별감세폐지 등에 따른 수요감퇴로 크게 늘어난
재고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시적 가격약화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가 소비회복을 위한 경기대책을 제대로 내놓을 경우 디플레이션으로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이들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에대해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도매물가하락이 수요하락 공급과잉에서
빚어지고 있는 일본경제의 전형적인 디플레이션현상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제품가격하락 기업수익저하 생산부진 설비투자감소 최종수요감소로
이어지는 디플레이션구조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구조적인 문제들로 인해 아예 디플레이션기조가 정착될 것으로
까지 예상하고 있다.

소비세율 인상 등에 따른 증세디플레어션, 공공투자억제에 의한 재정
디플레이션, 토지 주가하락에 의한 자산디플레이션 등 구조적 문제점으로
인해 현상황을 탈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정지출 등으로 획기적인 부양책을 쓰지 않는한 디플레이션탈출은 불가능
하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자동차 전기등 일본의 산업계는 재고조정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설비투자계획도 대폭 하향조정하고 있다.

소비세인상의 여파로 수요도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부측도 재정구조개혁과 맞물려 획기적인 경기회복대책
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디플레이션 조짐을 해소시킬수 있는 호재가 눈에 띄지 않는게 현실이다.

주가하락 금융시스템의 불안에다 디플레조짐까지 가세하면서 일본경제전망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 도쿄=김경식 기자 >

[ 디플레이션이란 ]

인플레이션(물가의 지속적인 상승)의 반대개념으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
하는 현상을 말한다.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과 달리 화폐구매력이 증가하고 통화
유통량이 감소하는 상태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초과공급에 따른 전반적인 물가하락은 기업들의 수익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함으로써 기업투자의욕을 꺾게 만들어 경기침체를 불러
온다.

경기사이클상에서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순환디플레와 인플레 억제를 위한
정책 디플레가 있다.

정책디플레는 금융긴축이나 재정긴축 등에 의해 일어난다.

디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는 디스인플레이션과는 다른 개념이다.

< 장진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