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T는 대중탕이란 뜻"이라는 우스갯소리는 재미있다.

영문 이니셜도 같지만 이질적인 사람들의 혼재상태가 대중탕을 연상시키는
측면도 없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극명하게 색깔이 다른 것으로 여겨져 온 DJ와 JP.TJ, 30년이상 얼음과
숯불사이였던 그들이 한 살림을 차리리라고 그 누가 예상이나 할수 있었을까.

4명이면 4등, 5명이면 5등으로 나타나는 여론조사결과와 70을 넘은 나이가
JP의 DJ진영합류 동기의 근저에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DJP의 출현을
상식적으로 점칠수 있었다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예측불가능하기는 반대쪽도 마찬가지다.

노태우씨의 탈당을 "무책임한 행동"으로 정의내렸던 YS가 신한국당을
탈당한것도 우리같은 머리로는 정말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어느 정당에도 치우침없이 엄정하고 공정하게 대통령선거를 관리하기
위해 탈당한다"는 얘기지만 그것이 "공정선거관리와 당적보유는 별개"라던
설명과 어떤 논리로 이어질 수 있는지, 아무리 되새겨봐도 이해가 가지
않는게 우리들 보통사람들이고 보면 그런 일을 예측한다는건 애시당초
불가능할수 밖에 없다.

김대중씨에 힘입어 서울시장이 됐던 조순씨가 반DJP앞장에 서고 어쩌면
신한국당총재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빚어지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가.

당대표로 지명, 대통령 후보가 되도록한 이회창씨와 YS의 관계가 오늘같은
상황이 되리라고 그 어떤 쪽집게 점쟁인들 점치기나 했을까.

야당후보 단일화로 주장하는등으로 DJP연합에 발동을 걸었다가 지금은
오히려 "70x3"에 비판적인듯한 자민련내 TK의원들, 이합집산의 혼돈상태에
빠진감이 짙은 신한국당내 민주계 의원중 지금 자기가 가고있는 길을 불과
몇달전에 생각이나 해본 이가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

예측불능은 정치판만이 아니다.

도무지 생각지도 못했던 상식 밖의 이이 일어나기는 경제분야도
마찬가지다.

5백대도 무너진 주가, 1,000대로 치솟은 환율은 일종의 가격변동이니
또 그렇다 치더라도,처리과정을 지켜보노라면 도무지 무엇을 어떻게하자는
것인지 갈피를 잡을수 없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김선홍씨와 기아문제 처리과정만봐도 그렇다.

대물림한 기업 과점주주인 경영자도 그 기업이 좌초하면 채권자인 은행의
조치에 순응 손들고 나가는게 종전까지의 정점이고 상식이었기 때문에 기아
문제 처리과정을 정말 예상밖이다.

대주주도 아닌 전문경영자가 회사를 부도상태에 몰아넣고도 "나는
물러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상황이 빚어졌다는 점도 그렇고, 그 파장이
금융시장으로 번져 엄청난 부작용을 낳고있는데도 몇달동안이나 정부나
은행이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는 것도 되돌아보면 정말 희한한 풍경이었다고
할 수 있다.

뜻밖의 일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돈들여 애써 만든 독도선착장 준공식을 둘러싼 해프닝만해도 그렇다.

그렇게 일본의 감정을 의식하고 배려해야할 일이라면 왜 선착장을
만들었는지, 현지에 가지도않고 울릉도에서 하는등 마는등할 준공식이라면
왜 꼭 준공식을 해야하며, 장관이 참석하느냐 차관이 참석하느냐가 얼마나
차이가 있고 의미가 다르기에 포항까지 간 사람을 불러올리는등 부산을
떨어야 하는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않는다.

가장 이성적이고 논리적이어야할 행정이 이모양이니 다른 쪽은 더할 수
밖에 없다.

도무지 상식을 벗어난느게 보편화돼가는 듯한 양상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종전에는 부도를 내면 우선 당사자가 도망치는게 보통이었지만
최근들어서는 거의 그렇지도 않다는 우스개섞인 지적도 나온다.

워낙 연쇄부도가 다발하는 상황인데다 부도유예협약등 지극히 비상식적인
제도가 양산돼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느껴야할 상식"마저 혼돈상태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면 지나친 해석인가.

석유파동등 국제금융상황이 지극히 나뻤던 적이 없지 않았지만 그때도
우리경제는 기채에 별 문제가 없었다.

74년에는 한국은행이 직접 외국 상업금융기관들에게 돈을 빌기도 했으나
그때이후로는 한구계은행들은 국제금융시장의 우량 고객으로 대접받아왔다.

금리도 한때 LIBOR(런던은행간 금리)에 0.1%안팎을 얹어주면 되는 정도까지
갔었다.

그것이 최근에는 3%를 얹어줘야하는 상태로 악화됐다.

그 원인이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경제가 나빠졌기 때문이겠지만 관리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겹쳤기 때문이라는게 국제금융관계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일을 처리하는 "기준"이 없다는 의심이 든다면, 그래서 경제정책운용도
예측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고 여겨진다면 높은 신용등급을 매기지않은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효율적인 관리의 대명사격이었던 한국경제의 과거와는 너무도 거리가 먼
인식이 지배적인 현실임을 직시해야한다.

관주도의 "환경"은 가고 시장의 논리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과도기의
일시적 상황이라고만 봐서는 반드시 옳은 진단이 아니다.

상식과 믿음에 바탕한 보편성있는 준이 흔들리는 후유증이 경제로 나타나고
있다고 봐야한다.

경제를 되살리려면 그것이 건전한 상식과 논리에 다라 움직여지도록
해야한다.

한마디로 예측이 가능한 상황이 돼야한다.

정부와 정치지도자의 말을 믿고 앞으로의 방향을 알수있는 시대가
돼야한다.

경제를 위해서도 정치인들의 깜짝쇼에 정신을 잃고 건망증에 사로잡혀선
안될 계절이다.

< 논설실장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