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축소하면서 모두 36명의 임원을 잘라낸 박병재 현대자동차사장.

박사장은 정세영 명예회장과 정몽규 회장의 진두지휘를 받으면서 살생부를
작성하느라 그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다.

7명의 본부장인사는 명예회장과 회장의 결심을 받아야 했다지만 그밖의
대부분 임원인사에 대해서는 박사장의 손으로 직접 퇴임을 결정하는 악역을
감내해야 했기 때문이다.

"별수없었습니다.

지금은 위기입니다.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었습니다"

박사장은 이번 조치에 대한 반발을 의식한듯 경쟁력강화를 위한 조직축소와
인원감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번 조직개편은 생존전략입니다.

자동차공급은 늘어나는데 수요는 경기침체로 17년만에 마이너스성장이
예상되고 있잖아요.

내년의 사정도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기아사태로 자동차산업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입니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우리도 예외일수는 없습니다.

다가올 경영위기에 대비하지 못하면 그때가선 도치되고 말게 뻔합니다"

이같은 위기시대의 도래를 감안,박사장은 2~3년전부터 경영혁신에 발동을
걸어왔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신제품개발기간단축, 부품공용화및 단순화, 물류합리화를
통해손익구조를 개선할 방침임을 비장한 표정으로 밝히기도 했다.

박사장은 11일 울산공장으로 내려갔다.

고용불안을 우려하는 근로자들을달래야하는 숙제가 바로 그의 눈앞에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 고광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