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병연.

"김삿갓"으로 널리 알려진 그의 파격적인 인생궤적이 뮤지컬로 재연된다.

서울예술단 (이사장 구자호)이 제32회 정기공연 작품으로 17~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김삿갓"이 바로 그 무대.

이번 공연은 조선후기 썩어빠진 정치와 양반들의 허위의식을 비웃으면서
방랑과 술, 그리고 시로 일생을 마감한 김삿갓의 이야기를 형상화한다.

시대와 민중에 대한 애증과 초탈을 동시에 담고 있는 그의 시가 어떻게
생성되고 변화됐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관람포인트.

시대적 배경은 순조 27년.

홍경래난이 진압된지 15년째 되는 해다.

김병연은 영월도호부 백일장에서 탁월한 실력으로 장원급제한다.

주막에서 술을 마시던 김삿갓은 사람들이 자신을 역적 김익순의
손자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며 고개를 떨군다.

그리고 삿갓을 집어들고 유랑생활에 나선다.

금강산, 평안도 다복동, 서울 세도가문, 전라도 평야 등 그의 발길을
막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어느 가을날 구월산에서 한무리의 도적떼를 만난 뒤 그는 열린세상,
평등한 세상을 위한 시를 쓴다.

주제는 다소 무겁지만 무대는 다소 감각적으로 꾸며진다.

서울예술단은 옛시조처럼 느리게 끌고가지 않고 현대적인 빠른 템포로
대사와 무용, 음악을 이끌어가고 대사도 현대어투로 전부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연들의 경력이 다소 짧고 30대가 출연진의 주를 이루는 만큼
무거운 주제를 가벼운 기법으로 잘 전달할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듯.

홍원기 극본, 박종선 연출, 조흥동 안무.

평일 오후 7시, 토 오후 3.6시.

문의 523-0984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