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장미섬우화] (266) 제9부 : 안나푸르나는 너무 높다 <5>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영신은 지코치에게 사업상 자주 여행하는 것이라고 속이고 그가 프로를
    딸때까지 결혼을 미루고 있었다.

    지코치는 그녀가 전보다 더 세련된 연기로 자기를 후원하고 있기 때문에
    오직 골프에만 전념하면서 지난 시즌의 실패를 만회하려고 결사적이었다.

    금번 시즌에는 실로 3천3백36대1의 확률로 골프고시를 치르고 있다.

    "얘, 너 그 골퍼하고는 정말 끝낸 거냐?"

    김치수는 아무래도 딸의 진실이 두려워서 아버지로서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어차피 지영웅과 결혼해서 살 수 없는 입장이라면 영신도 아버지의
    신경을 건드릴 필요가 없고 또 지영웅의 안전을 위해 아버지에게 절대
    복종하고 있다.

    그런데 왜 자꾸 결혼날짜를 늦출까? 김치수는 의심이 들었다.

    "아버지, 결혼은 내가 하고 싶은 날 할 거라구요.

    적어도 크리스마스전까지는 할 테니 너무 걱정마세요.

    저는 평생 아버지의 착한 딸로 살 거예요"

    영신은 지영웅이 프로를 땄을때 백명우와 결혼식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지영웅은 미친 듯이 날뛸 것이다.

    동경이나 어디 외국에서 결혼식을 올려야겠다.

    쥐도 새도 모르게 결혼식을 올리고 나서 외국에 오래 머물다가 돌아올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만 계획을 짜놓고 있었다.

    그것은 아무 것도 모르는 백명우와 결혼의 신성을 위해서도 필요했고,
    지코치의 앞날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 같다.

    그녀는 한국에 돌아오면 언제나 제일 먼저 지코치가 있는 대성리의
    빌라에 전화를 넣는다.

    오늘도 연습에서 돌아와 샤워를 마친 지영웅은 모레 있을 시합을 위해
    그녀를 못 만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가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다.

    사뭇 곧 죽을 것 같이 그립다.

    지영웅에게 핸드폰을 날린 영신은 먼저 특유의 웃음을 쿡쿡 웃으면서
    인사를 보낸다.

    "드디어 모레로 시합날이 다가왔지요?"

    "어디 있는 거야?"

    "청담동 집에요"

    "여기 와줘. 10분만 보고나면 살 것 같아. 응?"

    그의 음성은 정력적이고 힘차다.

    그녀는 안심하면서 눈물이 글썽해진다.

    "너무 건강한 목소리예요. 안심이야"

    "아냐. 자기가 보고 싶어서 나는 죽을 것 같다"

    "참아요. 이제 이틀 후면 시합인데"

    "내일이 시합날은 아니잖아. 와줘. 그래야 내가 벨트를 딸 수 있어"

    "지난번에도 내가 없었으면 이겼어. 다시는 실수하면 안 돼요"

    "얼굴만 볼 거야. 그래도 안돼?"

    그는 애원한다.

    그러나 영신은 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안다.

    정력의 세이브다.

    "이번에는 실수하면 안 돼요. 이틀만 참아요"

    "제기랄, 출장갔던 일은 잘 되었어?"

    "응, 아주 잘 되었어요.

    돈을 많이 벌 수 있게 되었어요.

    지난 달에 들여온 것도 히트치고 있고, 너무 잘 되고 있어요.

    돈 버는 머리 하나는 인정해줘도 돼요.

    히히히"

    그녀는 또 예의 키득거리는 농섞은 웃음을 웃는다.

    사람을 즐겁게 하는 그 웃음소리.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2일자).

    ADVERTISEMENT

    1. 1

      [한경에세이] 세 가지 질문

      “딸이 다섯 살인데요…. 지난 4년 동안 아픈 아빠 모습만 보여준 게 제일 마음에 남아요.” 30대 초반인 K는 대장암을 처음 진단받았을 때 이미 암이 전신으로 퍼져 있었다. 그럼에도 지난 몇 년간 그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일상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러나 최근 뼈로 전이가 진행되면서 통증이 심해졌다. 통증 조절을 위한 방사선 치료를 했고, 다행히 통증은 줄었다.병동 상담실에서 다시 만났다. 나는 K에게 이렇게 물었다. “지금 상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요?” 그는 더 이상 효과적인 치료가 어렵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병이 더 진행되면 무엇이 제일 두려운가요?”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딸에게 아프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통증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아버지라는 역할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날 나는 마지막 질문을 하지 못한 채 상담실을 나왔다. 원래 던지려던 질문은 이것이었다. “그 목표를 위해서 포기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또 포기할 수 없는 건 무엇일까요?” 이 질문은 외과 의사이자 작가인 아툴 가완디가 제안한 방식이다. 의료진이 답을 제시하는 대신,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 방법이다.의사가 환자에게 하는 질문에는 두 종류의 문(門)이 있다. 한 번에 열어젖히는 여닫이문과 조금씩 밀어 보며 다가가는 미닫이문이다. 정보를 전할 때는 여닫이문이 필요하다. 하지만 삶의 방향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순간에는 미닫이문을 선택하게 된다. 환자의 준비를 살피며, 열었다가 다시 닫을 줄 아는 문이다.치료가 어려워지는 시

    2. 2

      [다산칼럼] 부상하는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

      현대 자본주의는 데이터라는 새로운 원유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공장과 금융이 지배하던 시대를 지나 전 세계 정보를 연결하고 독점하는 플랫폼이 경제의 심장이 됐다.거대 정보기술(IT) 플랫폼의 경제적 영향력과 국가의 통치 권력이 결합한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가 새로운 질서로 부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장 경쟁의 규칙은 네트워크 효과와 데이터 축적 능력에 의해 다시 쓰이고, 소수 기업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플랫폼은 쇼핑과 검색의 창구를 넘어 결제, 의료, 교육, 행정 등으로 확장하며 공공 인프라가 되고 있다. 국가는 플랫폼을 전략 자산으로 육성하거나 플랫폼이 축적한 데이터를 통해 사회를 관리하는 도구로 활용한다.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국가적 지원 속에 성장해 공공 서비스와 결합하는 모습이 이를 보여준다.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투명성, 독점 규제 같은 과제도 커지면서 플랫폼과 국가의 관계는 협력과 통제를 오가는 긴장 속에서 재편되고 있다.이 체제를 떠받치는 동력은 데이터의 무기화와 글로벌 패권 경쟁이다. 데이터를 장악한 플랫폼은 소비와 이동을 예측하고 여론을 형성할 힘을 갖는다. 국가는 그 힘을 방치할 수 없고 규율과 동맹의 방식으로 플랫폼을 품는다. 동시에 미국의 GAFAM(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과 중국의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축으로 한 기술 패권 전쟁은 디지털 민족주의를 자극한다. 자국 플랫폼이 무너지면 데이터 주권뿐 아니라 결제·광고·콘텐츠 유통 기반까지 외산 생태계에 종속될 수 있다는 불안이 결합을 가속한다.주요국의 대응은 다르지만 목표는 플랫폼 권

    3. 3

      [차장 칼럼] 불닭은 매운 닭요리다

      삼양식품으로서는 답답하기도 할 것이다. 세계적 인기를 끌어모으며 연 매출 2조원 시대를 연 불닭볶음면이 세계 곳곳에서 법정 다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대부분 현지 업체가 짝퉁 불닭볶음면을 만들어 팔면서 벌어진 일이다. 힘들게 쌓아 올린 브랜드 이미지가 모방품과 유사품으로 망가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니 오죽이나 괴롭겠는가.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는 삼양식품은 상표권을 등록한 88개국 가운데 27개국 법원에서 분쟁을 벌이고 있다.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지난달 9일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 참석해 불닭 상표권을 두텁게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김 부회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K브랜드를 어떻게 보호하느냐가 점점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해외 상표권 침해 문제가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서는 양상”이라고 토로했다.짝퉁으로 괴로운 불닭볶음면삼양식품은 가장 시급한 일로 불닭 영어 표기인 ‘Buldak’의 상표권 등록을 꼽는다. 삼양식품이 상표권 분쟁을 벌이는 해외 특허법원에서 가장 먼저 받는 질문이 “한국에서는 보호받고 있느냐”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표는 속지주의를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소송 결과에 직접적 영향을 끼칠 수는 없지만 본국에서조차 등록받지 못한 상표라고 한다면 재판에서 유리할 리가 없다. 얼마 전 삼양식품이 이달 ‘Buldak’ 상표를 출원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한글 ‘불닭’은 상표가 될 수 없지만, 영어로는 가능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삼양식품이 ‘Buldak’ 상표권을 획득하면 해외 시장 개척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삼양식품은 ‘글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