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부터 생물의 삶의 터전이 되어온 흙.도시화로 인해 점점 잊혀져가는
흙을 소재로 한 특집 다큐멘터리가 선보인다.

SBSTV가 10대기획으로 내놓은 자연다큐멘터리 "흙" (연출 박흥로)이
그것.

15일 오후 11시10분 1.2부가, 16일 밤 12시5분 3부가 방송된다.

이 작품은 흙을 다룬 최초의 다큐멘터리로 방송위원회 제작비 지원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돼 3천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보도국 기자의 연출에 영상제작부 전문촬영팀이 가세한 새로운
제작시스템으로 지난해 11월부터 1년동안 만들어졌다.

제작팀은 접사렌즈, 야간적외선 카메라, 이노비전 카메라 등 15종의
특수 촬영장비를 동원, 완성도를 높였으며 자웅동체인 지렁이의
짝짓기장면, 톡톡이가 지렁이를 죽이는 장면, 빗방울이 흙을 때리는 장면,
사슴벌레의 오줌누는 장면 등 다양한 볼거리도 담았다.

1부 "지하세계의 신비"편은 흙과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동물들의
지하세계를 다뤘다.

개미, 지렁이, 두더지 등 많은 토양동물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과
투쟁을 통해 흙속 약육강식의 세계와 그속에서 지켜지는 그들만의 오묘한
질서를 소개한다.

2부 "흙은 생명이다"에서는 흙이 갖고 있는 여러가지 효능과 성질을
과학적으로 분석, 흙의 실체를 밝힌다.

흙을 약재로 사용했다는 동의보감 기록을 공개하고 흙의 생태가 잘
보존돼 있다는 점봉산의 4계절도 보여준다.

3부 "흙이 사라지고 있다"에서는 흙의 오염과 유실이 심각한 현장을
고발, 흙의 중요성을 생각해본다.

고랭지 농법이 시행되는 대관령의 토양유실 상황을 살펴보고 고성
산불현장을 찾아가 토양의 파괴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도 살펴본다.

연출자 박흥로씨는 "도시화로 인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에 묻혀
잊혀져가는 흙을 조명함으로써 흙의 의미를 되새기고 흙이 죽으면 결국
인간에게 위험이 닥친다는 경고 메시지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 양준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