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여파로 극심한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대학 4학년들의 사은회
행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취업준비를 위해 4학년생의 절반이 어학연수를 떠나버린데다 취업준비에
바쁜 학생들의 참석률도 저조해 아예 사은회를 취소하거나 선물로
대체하는 곳이 부쩍 늘어난 것.

매년 사은회 행사 예약으로 문의가 끊이지 않던 서울대 교수회관은
예약문의가 한건도 없는 상태다.

교수회관 김종철 과장은 "작년만 해도 서로 교수회관에서 사은회를
하려고 해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안됐다.

하지만 요즘은 취업난때문인지 한건의 예약문의도 없다"고 말했다.

11월말에 사은회 행사를 갖기로 결정한 건국대 국문과 4학년의 경우
70%가량이 사은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해 무산위기에 놓여있다.

이에 따라 2차 3차 등 뒤풀이 계획을 없애고 간단히 식사만 하는 정도로
사은회를 축소할 계획이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의 경우 정원 40명중 사은회 참석인원이 10여명에
불과해 앞으로 사은회를 없애는 것을 검토중이다.

이 학과 이익섭 교수는 "교수는 다 참석했는데 학생들이 너무 없어
민망하기까지 하다.

차라리 간단한 선물로 대체하거나 연구실을 돌며 교수들에게 인사하는
형식으로 바꾸는게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국대 한문교육학과 4학년생들은 매년 호텔 뷔페에서 해오던 사은회
관행을 과감히 깨고 학교부근 식당에서 조촐하게 갖기로 했다.

동덕여대 영문과도 지난해 호텔에서 갖던 사은회를 올해는 교내
휴게실에서 가질 계획이다.

92학번 김모씨는 "4학년의 절반이 취업준비 목적으로 외국으로 연수를
떠나버렸고 남은 학생들도 취업준비로 바빠 사은회를 하지 않으려고 하다가
소박하게 치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학부제 시행으로 교수와 학생간의 유대관계가 갈수록 엷어지고
있어 한복을 정성스럽게 차려 입고 그동안 가르쳐주신 은혜에 감사하며
교수님께 큰절을 올리던 사은회 풍속도는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 한은구.김인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