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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10일자) 재검토해야 할 공개매수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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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주가지수 500선이 다시 무너지는 등 증시붕괴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사상 처음으로 공개매수와 관련된 손해배상 청구소송
    이 제기돼 주목되고 있다.

    지난 9월 (주)중원 등이 (주)레이디가구의 주식 46만여주를 주당 8만원씩에
    공개매수하겠다고 신청했는데, 이 신청이 처음부터 시세차익을 노린 사기극
    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비슷한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특히 다음과 같은 몇가지 조치가
    시급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먼저 관계당국의 보다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증시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송두리째 흔들어놓은 이같은
    어처구니 없는 사기사건이 일어날 수 있었던 데에는 관련 제도 및 법규의
    미비에 앞서 관계당국의 무사안일한 자세 탓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예로 공개매수신청때 자금력을 증명하기 위해 (주)중원이 예금잔고증명
    을 제출했는데, 이미 이 예금잔고에 대해 한미은행이 대출담보로 질권을
    설정한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증감원은 과거에는 제출된 예금잔고증명을 심사해서 수리했지만
    이제는 제출만 하면 되도록 규정이 바뀌어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주)중원이 공개매수를 신청했을 때 이미 증시안팎에서는 성실성에
    대한 의혹이 무성했는데도 증감원이 간단한 확인조차 안했던 것은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선관주의의무)를 게을리 했다고 보며
    이때문에 피해자들로부터 행정소송을 당할 가능성조차 없지 않은 실정이다.

    증감원은 재정경제원의 그늘에 가려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고 불평하거나
    금융감독원으로의 통합에 반대하기에 앞서 본연의 업무수행에 매진해주기
    바란다.

    다음으로 공개매수를 확실히하기 위한 제도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특히 형사처벌보다 경제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의 중지명령과
    같은 신속한 행정조치가 아쉽다고 하겠다.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기 위한 규제완화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대가 있을지 모르지만 공개매수의 신뢰성이 확보된 뒤에야 M&A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또한 일부에서는 거래활성화를 위해 사전 예방보다 일벌백계식의 사후
    처벌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지만 보통 피해보상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며
    설사 피해보상판결이 나와도 재산은닉 등으로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되는
    일이 많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끝으로 불공정 거래행위로 인한 피해자 구제수단으로 집단소송제도의
    도입을 서두르고 같은 시기의 거래자 모두를 피해자로 의제함으로써 피해
    입증을 쉽게 해야 한다.

    법무부에서 벌써 몇년째 검토하고 있는 집단소송제도의 도입이 환경 교통
    소비자보호 등 경제활동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점은 이해되지만 날로 지능화되고 기관투자가들까지 가담하는 불공정 거래
    행위가 우리 증시에 대한 신뢰감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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