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주가움직임은 증시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내와 판단력에 대한
서바이벌 게임이었다.

공포 절망 허탈 기회 찬스 등 온갖 감정이 교차하는 극한 상황속에서 최후의
승자를 가려뽑는 게임이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경험에 따른 나름대로의 룰에 입각해 게임에 참여
했는데, 공통점은 국제감각이 무딘 순수 국내파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게임에 임하는 시각도 외생변수는 최대한 생략한 단편적 시각의
소유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적은 밖에 있었다.

적들의 가장 큰 무기는 환율과 선물이라는 메가톤급 폭탄이었다.

간혹 이들 폭탄에 대한 외신을 듣긴 했지만 폭탄의 위력을 체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임에서의 승산은 전무하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공포
절망 허탈의 감정이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동트기전이 가장 어둡다는 고전적인 증시격언을 신봉하는 투자자들은
이때 남들이 가지않는 뒤안길을 조용히 가고 있었다.

증시에서의 절망과 찬스는 결국 냉철한 판단력이 좌우하는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