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라크사이의 대치가 국제유가를 들먹이다가 다시 소강국면으로
들어섰다.

이라크가 미국인 사찰단원의 추방을 연기한데다가 미국이 정찰기 U2기의
활동을 잠정 중단키로 한 때문이다.

두나라 사이의 이번 긴장은 유엔무기사찰단의 최근 이라크방문에서
비롯됐다.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사찰단원중 미국인에 대해 추방하겠다고
강경태도를 보였다.

후세인의 고집은 지난 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침공이후 취해진 유엔의
대이라크 경제제재조치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제재의 올가미가 풀리지 않아 국민들은 아직까지 식량을 배급받는 등
궁핍한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실정인 바그다드에 미국인이 포함된 유엔사찰단이 온다니까
후세인이 미국을 한번 떠본 것이다.

이라크의 사찰요원 추방에 맞서 미국은 5일과 7일 두차례 U2기를 띄워
정찰을 할 작정이었다.

27m짜리 날개를 달고 긴 연필모양을 하고 있는 U2기는 독수리가 먹이를
찾아 선회하듯 2만1천m 상공에서 이라크지상을 훑겠다는 것이었다.

"U2기의 사냥감"은 이라크가 꼭꼭 숨기고 있는 액화신경가스로 만든
화학무기.

후세인은 지난 88년 국경인근에 있는 쿠르드족을 4천여명 살해한 전력이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라크가 보유하고 있는 화학무기규모가 1천t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학무기를 흔히 "가난한 나라의 핵무기"로 비유한다.

상대적으로 제조비용이 덜 들면서 인명살상능력이 커 경제력이 약한
나라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4월 세계 1백64개국은 화학무기금지협정 (CWC)을 맺은 바
있다.

이에따라 미국은 8월부터 이미 폐기를 시작했고 러시아는 지난달 31일
국가두마 (하원)에서 협정을 비준하고 2005년까지 폐기를 완료하기로
했다.

화학무기를 세번째로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이란도 CWC에 서명했다.

그러나 이라크 북한 리비아 3국은 거부하고 있다.

북한이 핵사찰문제를 갖고 미국과의 대화에서 재미(?)를 봐온 것을
후세인이 간파했는지 그 속셈이 궁금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