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재원 사회에 과외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미국 일본 런던 독일 등 지구촌 전역에서 대입을 앞둔 수험생에서
초등학교 학생에 이르기까지 영어과외를 비롯해 수학 국어 수영 피아노과외
등이 판을 치고 있다.

최근에는 심지어 해외로 과외선생을 초대, 숙식 및 관광까지 보장하는
초호화판 과외가 벌어지는가 하면 부모들의 치맛바람으로 과외비가 턱없이
인상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뉴욕, 영국의 런던,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등에 파견된 일부 상사
주재원과 외교관들은 매년 방학때마다 서울의 J,H학원의 유명강사나
명문고의 교사들을 초청, 자녀들에게 보름내지 한달동안 국영수 특별과외를
시키고 있다.

과외비는 과외선생의 여행경비를 포함해 학생 1인당 3백만~4백만원대로
상상을 초월한다.

프랑크푸르트 D사 주재원인 안모씨는 "올 겨울에는 환율상승과 과외선생
부족으로 과외비의 30~40% 인상이 불가피하나 수요가 많아 더 오를 여지가
많다"고 걱정했다.

유학 온 아빠를 따라 미국 오리건주에 온 최나연(7)양과 이윤주(7)양은
매주 월.수요일 오후 5시에 미국교사에게 영어를 배우고 있다.

영어과외를 마치면 1~2시간 가량 더 개인교습을 받는다.

화.목요일에는 수영, 금요일에는 국어와 수학과외를 받으며 매주 2차례의
피아노 및 바이올린 과외 등으로 일주일 내내 과외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유명한 개인 영어교사를 유치하려고 경쟁하는 바람에 1년전
시간당 7달러하던 강사료를 15달러로 무려 2배나 올려 놓았다.

워싱턴 시카고 LA 등지에서는 아예 국내와 같은 속셈학원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시카고에 사는 박모(L무역상사주재원)씨는 자녀에게 태권도와 피아노를
과외시키는 데 매달 6백달러를 들이고 있다.

박씨는 "음대 대학원생에게 피아노 개인레슨을 받게 하려 했으나 레슨비가
30분에 30달러로 너무 비싸 엄두도 못내고 일반 학원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 진출한 S사 경우는 미국과는 달리 도쿄사무실내 회의실에 주재원
자녀들을 모아놓고 한국교과 과정에 맞게 별도의 교육을 시키고 있어 주재원
사회에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까지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미국 오리건 주립대학에 MBA취득을 위해 유학온 동화은행 이용호
과장은 "자녀들이 한국에서처럼 과외에 시달리는 것은 안타깝지만 귀국 후를
생각하면 어쩔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 김문권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