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나라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몇개월 전까지만 해도 780포인트 근방에 있었으나 지금은
500포인트 주위에서 맴돌고 있을 만큼 주식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달러대비 원화 역시 몇개월전 880원선에 있던 환율이 지금은 1천원선에
육박하고 역외선물환시장(NDF:Non-Deliverable Forword)에서는 1천원이상
에서 거래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의 투자금 회수가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을 파탄(?)지경까지
이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주식시장이 어려울 때마다 대책으로 거론되는 단골 메뉴중 하나가
"무기명 채권 발행"이다.
그런데 이 "무기명 채권 발행"이라는 용어를 접할 때마다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대부분의 채권은 "기명식"이 아닌
"무기명식" 채권이기 때문이다.
물론 "무기명식"의 경우 조세 회피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어 "무기명
채권" 발행을 금지하고 있는 나라가 있긴 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지방채나 특수채 및 회사채 모두가 무기명 채권
이다.
그럼에도 주식시장 안정화를 위해서 "무기명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
한다.
주식시장 안정화를 위해서 발행해야 한다는 "무기명 채권"의 내용은 이런
것 같다.
현재 양성화되지 않은 지하 자금들이 시중에 돌지 않아 자금시장 흐름이
원활치 못하기 때문에 이들 자금을 끌어들이는 목적으로 자금 출처를 묻지
않는 채권을 발행하자는 것인 것 같다.
금융실명제 완화라는 정치 부담은 있지만 자금 출처를 묻지 않는 채권을
발행한다면 지하 자금이 양성화 되어 금융시장 불안심리가 대폭 안정이 되고
주식시장도 살아날 것이라는 논리다.
금융실명제 완화와 관련되어 자금 출처를 묻지 않는 "무기명 채권"의 발행을
하든 안하든 용어의 선택에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위와 같은 의미의 채권이라면 의미가 혼동되는 "무기명 채권"보다는 "도강
채권"이나 "면제 채권"이라는 좀더 확실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