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룰의 게임이자 공정성의 게임이다.

이 두가지가 지켜지지 않으면 골프라는 게임자체가 존재할수 없다.

그런데 이 두가지 "전제"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상황이 한국남자프로골프
협회 (KPGA)에 의해 버젓이 저질러지고 있다.

다음이 사태의 전말이다.

<>프로가 되는 길은 바늘구멍통과보다 어렵다고 한다.

이땅의 숱한 젊은 골퍼들은 그 바늘구멍을 뚫기위해 전인생을 바친다.

그런데 KPGA는 그과정의 공정성을 스스로 해치며 특정인물에게 임의로
"프로테스트 응시권한"을 부여했다.

프로테스트에 응시하기위해서는 우선 "세미프로"가 돼야하는데 그
세미프로자격을 회장및 극소수의 협회인사만 알고 J라는 특정인에게
부여한 것.

일년에 두차례 있는 세미프로 테스트에는 한회에 보통 1천5백명이 참가,
1백명을 뽑는데 그 15대1의 경쟁과정을 생략해 준 것이다.

이같은 특혜는 강영일 KPGA회장과 협회 상무이사 그리고 담당직원
정도만이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이 말썽이 나자 강영일 회장은 지난 10월초 이사회에서 회장직
사퇴서를 제출했고 지난 21일 긴급이사회에서는 내년 1월 대의원총회때
신임을 묻기로 의견을 모았었다.

그러나 협회는 현재 "지난 7월 세미프로명단에 당사자의 이름을 올린
것은 사실이지만 정식으로 자격증을 준 것은 아니며 강회장 사퇴문제도
조용히 수습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골프의 룰과 형평성을 무시하는"

KPGA의 자세는 "KPGA 7개 지부장에게 프로테스트 본선진출자 한명식을
추천케하는" 현 규정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프로테스트본선에 진출키 위해서는 약15대1의 세미프로테스트에
합격한후 다시 약 10대1 경쟁 (보통 1천명 정도가 참가 그중 1백명을
뽑는다)의 프로테스트 예선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금년부터 KPGA는 각지부장이 한명씩 추천한 7명에게 예선을 면제,
바로 본선 진출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 추천만 받으면 한회에 20명을 뽑는 프로테스트합격의 길이 획기적으로
넓어지는 셈이다.

협회는 "실력은 있는데 이상하게 예선에서 떨어지는 유망주를 위해
이 제도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예선을 떨어지는 인물이" 유망주일리는 없고 더욱이 추천받는
7명은 "협회관련인사들의 인척이거나 아니면 금전거래까지 있을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상 일련의 상황은 지난 수십년간 한국남자프로골프의 발전을 저해한
"관행성 치부"로 볼수 있다.

협회자체가 규칙을 어기면서 어떻게 프로골프의 기본인 "테스트의
공정성"을 유지하고 뭇 골퍼들에게 규칙을 지키라고 말할수 있는가.

협회는 이번 케이스도 "없었던 일"로 덮으려하고 있다.

그러나 "알만한 사람 모두가 알고 있는 사건"을 다시 덮으면 앞으로
대회를 개최하고 사업을 집행하는 협회의 권위는 나날이 실추될수 밖에
없다.

쉬쉬 넘어가며 제자리 걸음을 할 것인가 아니면 모든 것 오픈시키며
발전을 위한 수술을 할 것인가.

이땅의 프로들과 이땅의 골퍼들은 현재가 판단의 싯점인 것 같다.

< 김흥구 전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