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7년 석유 재벌이자 은행 총수이기도 한 메도스가 소장한 명화
50점 모두가 경매에서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져 본인은 물론 미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준 일이 있었다.

페르낭 르그로라는 화상으로부터 진품증명서가 첨부된 드랭, 모딜리아니,
블라맹크, 마르케 등의 작품들을 헐값으로 샀던 것이 모두 가짜였다.

며칠전 외신을 통해 세계 최고의 그림값을 기록했던 유명한 반 고흐의
"해바라기" "자화상" 등이 가짜일 가능성이 고흐 전문 연구가로부터
제기되어 다시 굴지의 소장가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온 적이
있다.

아울러 프랑스의 한 유력 일간지도 전 세계적으로 50여점에 달하는
고흐의 가짜 작품이 미술관이나 개인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고 보도하여
적지 않은 파문이 예상된다.

최근 제기된 가짜 의혹이 비교적 신빙성을 주고 있어 고흐 작품을
상당량 소장하고 있는 오르세 미술관에서도 정밀 감정을 할 것이라고
전해진다.

우리 나라에서도 가짜 시비로 큰 소동을 겪은 바 있지만 크고 작은 가짜
작품시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어느 재미교포가 북한 여행중 구입한 남한 화가의 해방전 작품을
국내로 반입해 온 것조차 가짜로 판명된 사건도 있었다.

이런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의외로 많은 가짜가 우리 미술시장에 유통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작품이 고가로 거래되는 시장에서 가짜야 늘 있을 수 있다.

가짜도 워낙 다양하여 한눈에 금방 드러나는 것도 있지만 어지간한
전문가도 가볍게 속일 수 있는 교묘하고 조직적인 것들도 수두룩하다.

특히 작가가 사망한 후 가짜가 양산될 가능성은 언제나 있는 것이다.

물론 작가가 생존하고 있어도 가짜가 버젓이 유통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점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가짜를 식별하는 방법이 그리 과학적이지
못하다는데 있다.

작가에게 확인할 수 있을 때 확인해 두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그러나 간혹 평생 수천점 이상의 작업을 한 사람의 경우 작가의 보증이
반드시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생존 작가가 진품이 분명한 것을 자기 것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경우도
종종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짜의 생산 방법도 너무나 다양하다.

어떤 특정 작품을 모사하는 경우, 혹은 서명만 조작하는 경우, 한국화
같은 경우 벗겨내 두점으로 만드는 경우 등.

조각작품의 경우 브론즈로 무단 복제하는 경우는 아주 흔하다.

또 어떤 경우는 의식이 명료하지 않은 노령 작가의 약점을 이용하여
가짜 작품을 진품이라 확인받을 목적으로 그 작품을 놓고 작가와 사진까지
찍어 진짜로 둔갑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특히 요즘같은 불경기에 자금 사정상 급히 내놓은 작품가운데서도
경계해야 할 것들이 많다.

헐값 거래에는 반드시 가짜의 함정이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가격을 떠나 일단 공신력 있는 화랑같은 곳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의심스러운 작품일 경우 화랑협회와 같은 기관의 감정을 받아두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 선화랑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