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연쇄부도에서 비롯된 금융위기는 막대한 국부의 유출로 나타나고
있다.

당장 해외단기차입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이 엄청나다.

중장기적으로는 기업및 금융기관들의 대외신용도가 잇달아 추락하면서
고금리차입구조가 고질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환율상승(원화절하)에 따라 기업들의 환차손과 외채원리금 상환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국부 감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대 시중은행의 경우 지난해말 연 0.15%에 불과했던
단기차입 가산금리는 지난 9월12일 연1.02%까지 올랐다가 현재 연
0.70~-0.80% 수준에 머물고 있다.

1년전과 비교할 때 무려 다섯배이상 치솟은 것이다.

통상 선발시중은행의 1일물차입(오버나잇)규모는 하루평균 3억달러 수준.

단기차입 가산금리가 0.5% 올랐다고 가정하고 은행당 추가부담이자를
계산해 보면 하루평균 4천1백9달러(3억달러x0.5(%)/3백65일)가 나온다.

이를 단순하게 33개 전체 은행권으로 확대해 보면 연간 5천46만달러
(4천1백9달러x33x3백65일))에 달한다.

오버나잇 추가상승금리분만 이정도이고 보니 단기기간물차입과 중장기차입
금리상승분을 합하면 수억달러에 이른다는 사실을 능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게다가 최근에는 국제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와 S&P사가 시중은행들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한단계씩 하향조정함으로써 국내금융기관들의 차입금리
상승은 기정사실로 굳어져 가고 있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해외에는 국내은행전체를 부실에 몸살을 앓고 있는
한덩어리로 본다"며 "은행별로 차등적용됐던 차입금리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태에서 지난 몇년간 경상수지적자 누적으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외채도 국부유출을 부채질하고 있다.

외채에 대한 이자지급과 해외에 투자한 수익간의 차액을 나타내는 투자
수익수지는 지난 8월말 현재 22억1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 작년동기의
15억5천만달러에 비해 42.6%나 늘어났다.

이에따라 이 기간중 투자수익수지가 전체 무역외및 이전수지적자규모
(55억6천만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의 28.3%에서 39.8%로 대폭 확대
됐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6월말현재 총외채규모가 1천1백억달러에 육박, 이자
부담이 커진데다 대기업연쇄부도 등에 따른 해외차입금리기 치솟았기 때문"
이라고 분석했다.

외채증가와 함께 외채의 만기구조도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들어 대다수의 은행이 해외DR(주식예탁증서)발행에 실패하고 만기 3년
이상의 채권발행도 여의치 않게 되자 대부분 단기차입으로 돌아서고 있다.

기업들도 일부 대기업들을 제외하고는 장기자금조달이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다 올들어 치솟기 시작한 미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은 실질GNP의
감소를 안겨다 주고 있다.

지난해말 8백44원20전에 불과했던 달러당 원화의 환율은 32일현재
9백64원60전으로 10.4% 절하됐다.

국내총생산이나 국민총생산이 10%이상 증가하지 않을 경우 원화의 해외
구매력은 오히려 떨어지게 된다는 얘기다.

또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들은 엄청난 규모의 환차손이 발생,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올해 국내기업의 환차손규모는 이미 5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부의 감소로 나타날게 틀림없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