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과 법원에 자신의 운명을 맡겨버린 해태그룹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해태그룹은 식품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식품.유통전문그룹으로 남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이같은 의지는 해태그룹이 1일 밝힌 화의및 법정관리신청 계획에 잘 나타나
있다.

해태그룹이 화의를 신청한 계열사는 제과 음료 유통 상사 등 4개사다.

이들 4개사만큼은 경영권을 지키면서 법적 절차를 통해 살리고 싶다는
의미다.

제과는 해태그룹의 모기업인데다 안정적인 매출수익구조를 갖추고 있다.

음료 유통 상사는 물류 판매부문등에서 모두 식품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부문들이다.

반면 식품.유통 외의 사업들은 과감히 없애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해태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전자 중공업 산업 등 3개사는 경영권포기와
함께 빠른 시일내에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들 계열사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있느냐에 달려 있지만
어쨌든 해태로서는 정리하고 싶은 계열사들이다.

또다른 관심의 대상인 국내 최대의 명문구단 해태타이거즈와 광고대행사인
코래드에 대해 해태그룹은 "당분간"이라는 전제를 달면서 계속 영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두 계열사 모두 당장 돌아오는 어음이 없는데다 앞으로 치중할
식품유통사업을 위해서도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계열사 역시 당장 급한 현금마련을 위해서라면 매각할 가능성
도 있다.

나머지 계열사들은 모두 매각 또는 통폐합대상이다.

팔수만 있으면 팔고 팔리지 않으면 통폐합으로 몸집을 과감히 줄이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제과 음료 유통 상사를 살려 식품유통전문그룹으로 남겠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해태그룹의 희망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이 실현될지 아닐지는 어디까지나 은행 등 채권단의 의사에 달려 있다.

자구를 위해 어느 계열사를 매각하라는 채권단 주문이 강하게 들어오면
해태그룹도 이를 외면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해태그룹과 채권단의 협상에 따라 그룹모양이 결정될 전망이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