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화의및 법정관리신청이라는 극한상황에까지
몰리게된 가장 큰 원인은 그동안의 무리한 사업확장과 그에 따른 자금차입
때문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해태전자 중공업등 비주력 사업다각화 부문에서 발생한 막대한 적자규모가
결국 그룹전체의 부실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뿌리가 약한 해태그룹이 한보사태이후 악화된 금융여건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우선 지난 83년 인수한 해태중공업이 매년 1백억원이상의 막대한 적자를
냄으로써 그룹전체의 자금운영에 주름살을 지게 했다.

지난해 철도차량제작을 위한 대규모 투자도 자금압박의 요인이 됐다.

해태상사도 최근 환율급등으로 인해 큰 환차손피해를 입은데다 기아자동차의
수출대행 금액을 받지 못해 자금사정이 나빠졌다.

해태전자의 경우 지난 95년 인켈을 인수하면서 안게된 부채가 그룹 전체의
부담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올초부터 한보 삼미 진로 대농 기아등 대기업그룹들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시중의 자금사정이 극도로 악화된데다 증권가의 악성
루머가 기승을 부려 종금사등 제2금융권의 대출금상환압력이 가중됐다.

해태그룹은 이 위기를 넘기기 위해 고금리의 단기자금을 차입, 급한
불끄기에 나섰으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제2금융권에 물려있는 부채만 2조원에 달한다.

제과 음료 등에서 벌이들이는 돈만으로는 그날 그날의 이자갚기에도 버거운
형편이었다.

지난 8월말 부도위기에 몰렸던 해태그룹은 금융권으로부터 1천억원 상당의
자금지원을 받기로해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으나 실제로는 5백47억원만이
지원됐을 뿐이었다.

최근에는 종금사 등 제2금융권의 대출금 회수가 재개되면서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해태그룹의 자구노력방안이 타이밍을 놓쳐 계열사와 보유 부동산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한 것도 벼랑에 몰린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해태그룹은 지난달 16일 계열사 통.폐합및 매각, 보유 부동산과 유가증권
매각 등을 통해 모두 1조원이상의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해태는 알짜기업까지 팔아치운다는 강도높은 자구방안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협상이 이뤄진 것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