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조순 총재가 자신의 진로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조총재는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후보사퇴는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독자적인 대선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 여러 정치세력과의 연대를
모색하는 등 독자출마와 연대를 놓고 갈등하는 모습을 노정해왔다.

조총재는 "11월초가 되면 정국의 흐름이 윤곽을 드러낼 것이고 건전세력
연대의 방향도 정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내에는 조총재가 조만간 모종의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총재의 한 측근은 "다음주초 조총재가 특별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향후 대선행보의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총재의 선택 방향은 이회창 총재나 이인제 전지사와 손을 잡거나 아니면
끝까지 독자노선을 견지하는 세가지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 분위기는 대체로 이전지사와의 연대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황이다.

이총재가 비자금 폭로와 김영삼 대통령과의 정면도전 선언에도 불구하고
"반전의 계기"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이전지사만이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와
싸울수 있는 대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조총재의 생각은 당내 기류와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총재는 30일 이전지사와 만난 뒤 측근들에게 이전지사에 대한 "인간적
실망감"을 노골적으로 피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측근은 "조총재는 2위든 3위든 대선에서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라는 시각
에서 현재의 지지율 차이는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조총재의 일부 핵심측근들과 가족들은 연대 무용론을 제기하며
끝까지 대선에 임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들은 특히 새로운 정치의 깃발을 내건 조총재가 깨끗하게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며 조총재를 설득하고 있다.

향후 대선행보를 놓고 당내 의견이 분분하지만 결단은 어디까지나 조총재의
몫이다.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조총재의 "최종 선택"에 따라 정치권의 풍향도 그만큼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 손상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