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에 환율 비상이 걸렸다.

주중 한 때 1달러당 1천원에 육박했던 환율 폭등은 기업경영 전반에 일대
혼란을 몰고오고 있다.

정부의 개입으로 주 후반부턴 다소 진정 국면을 보였지만 어쨋든 우리
기업들로선 이제 "1달러=1천원" 시대의 도래를 예감치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기업들이 벌이고 있는 환율과의 전쟁을 주요 업종별 시리즈로 진단해
본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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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업에는 환율문제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라"

삼성전자가 최근 각 사업본부에 내려보낸 긴급전문이다.

삼성전자 뿐만이 아니다.

수출과 수입, 모든 분야에서 해외의존도가 높은 전자및 반도체업체들은
달러당 원화환율이 1천원시대에 근접하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이들 업체는 연말환율을 수차례 수정하면서도 9백20원이나 최악의
경우 9백50원선으로 예측했었다.

하지만 이같은 예상이 여지없이 무너지면서 놀라움은 혼란과 공포심으로
바귀고 있다.

막대한 외화부채때문에 환차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이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외화부채는 60억7천4백만달러.

이중 대부분이 달러표시부채다.

따라서 달러당 원화환율이 1천원에 달하면 평가기준으로 약 1조원의
환차손이 발생한다(삼성전자 이종석 국제금융그룹과장).

이는 지난해 당기순익 1천6백41원의 6배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

어려운 국내외 경영여건속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사업을 벌여왔는데
환차손으로 다 까먹어야 할 판이다.

LG반도체의 외화부채는 29억6천9백만달러.

현대전자는 20억7천8백만달러, LG전자는 14억3백만달러, 대우전자는
3억달러에 이른다.

문제는 외화부채에 관한한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데 있다.

연일 대책회의를 열곤 있지만 헤징수단은 별로 없다.

원.달러 선물환시장은 유동성이 적어 달러를 미리 확보하기가 힘들고
그나마 선물환 가격마저 매우 높은 상태여서 감당하기가 어렵다.

(대우전자 추광호 금제금융팀부장)

엔이나 스위스 프랑등 이종통화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안도 있을수
있으나 그들 통화 역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예측할수 없어 섣불리
실행하기도 힘들다.

(LG전자 구상훈차장)

따라서 전자및 반도체업체들은 결제통화다변화 외상수입(유전스)축소등
수출입관련 단기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무역쪽에선 전자및 반도체업체들 대부분이 흑자를 내고 있는 상태여서
환차익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올해 무역수지가 약 30억달러, 현대전자는 13억달러,
LG전자 10억달러, LG반도체 5억달러, 대우전자 3억달러의 흑자를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전자는 외상수입비율을 종전 70%에서 30%로 대폭 줄여 달러결제지연에
따른 환차손방지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외상수입축소와 로열티의 선지급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일부 전자업체들은 로컬거래시 발행하는 신용장의 일부를 달러 대신
원화표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입물품의 결제통화를 엔화등 이종통화로 바꾸기로 하고 수출자와
교섭을 벌이는 업체도 늘고 있다.

업계는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사업계획 수립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어려움도 겪고 있다.

LG전자는 내년 평균환율을 9백50원선으로 보고 사업계획의 골간을
마련했는데 이를 전면 수정해야 할 판이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대우전자등 여타 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얼마로 조정해야 할지 난감한 형편이다.

하루가 다르게 요동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도저히 환율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룹의 경제연구소등에 예상환율을 재조정해줄 것을 요청해 놓고
있다.

업계는 최근의 원화환율 폭등의 상당부분이 심리적인 불안감에서 생기고
있고 이에따른 업체와 시민들의 달러 가수요가 오름세를 가속시키고 있는
만큼 심리적인 안정을 되찾을수 있도록 정부와 금융당국이 강력히 나서줄
것도 요망하고 있다.

< 김낙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일자).